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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자경 족쇄에 숨은 음성 거래”…멍드는 농지, 출구전략 시급

입법조사처 “농지 전수조사만으로 한계”… 이용 중심 관리체계 전환론 부상
임차지 지니계수 0.66 ‘대농 쏠림’ 심각… ‘위장 자경’ 막을 합법적 출구전략 주문
“단속이 능사 아냐”… 농지은행 장기위탁 시 자경 인정 등 ‘양성화’ 목소리
‘무허가 축사 양성화’ 모델 제기… 소유 규제서 이용 관리로 패러다임 전환 주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정부가 이달부터 농지의 실제 소유·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현행 농지제도가 현실과 괴리돼 불법 임대차와 음성 거래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속 중심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소유 규제’ 중심에서 ‘이용 관리’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팀은 최근 ‘농지 임대차 시장 현황분석 및 개선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농지 임대차 시장 구조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8일 밝혔다.

간담회 발제를 맡은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경고했다. 자료에 따르면 농지 임차 면적은 2013년 85만6000ha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임차면적 지니계수는 2000년 0.54에서 2020년 0.66으로 상승했다. 빈부격차와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특정 대농으로의 임차지 집중이 심하다는 의미로, 0.66은 상당한 수준의 쏠림 현상으로 평가된다.

채 연구위원은 “2010년 이후 중소규모 농가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기존 대농들의 ‘덩치 키우기’만 이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농가가 임대차 시장에 진입해 성장하는 통로가 사실상 막힌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고령 농업인과 도시 거주 비농업인이 임대 공급을 주도하고 있지만, 직불금 수령이나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지은행을 통한 공식 임대보다 계약서 미작성, 사적 네트워크 중심 거래, 위장 자경 등 음성적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 연구위원은 “규제와 단속만으로는 현실 개선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농지은행 장기 임대 시 자경 의무를 인정하는 방식 등 지주들이 합법 시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내부에서도 현실적 접근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제범 입법조사관은 “농촌 현장의 불법 임대차 상당수는 고령농의 생계와 청년·전업농의 현실적 필요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라며 “과거 무허가 축사 양성화 사례처럼 일정 기간 계도와 지원 체계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범 입법조사관은 형식적 자경을 유도하는 양도세 감면 제도의 폐지 또는 대체 입법 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종훈 경제산업조사실장은 “농지 활용도를 높이려면 합법적 임대차 활성화가 핵심”이라며 관련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