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과 ‘호르무즈 선 개방’ 검토…곧 발표
신중모드 속 ‘경제적 분노’ 작전 전방위 확산
미 국무 “해협 봉쇄·핵보유 모두 용납 불가”
미 재무 “이란항공사와 항공유 등 거래 제재”
바다 이어 하늘길 봉쇄…‘돈줄끊기’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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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해상을 봉쇄함에 따라 수출길이 막힌 이란이 유조선은 물론, 컨테이너, 폐탱크까지 동원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미 중부사령부가 27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것으로, 미 해군 구축함 라파엘 페랄타호가 전날 이란 항구로 가는 유조선 M/T 스트림호를 봉쇄하는 모습. [미 중부사령부 엑스 계정 캡처] |
핵 협상은 뒤로 미루고 우선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종전을 먼저 선언하자는 이란 측 제안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내비쳤다. 이란의 제안을 두고 27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한 백악관은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은 변함없다고 전하며, 이란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를 압박하는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이란의 석유수출을 가로막은데 이어, 항공사 거래 제재로 하늘길까지 막겠다는 방안을 시사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란의 핵 무기 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 강조하며 합의가 불발될 경우 고강도의 추가 제재가 선택지가 될 것이라 압박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선(先) 호르무즈 개방· 후(後) 핵협상’ 제안을 두고 이날 오전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열어 이란의 제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의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사항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그 제안을 고려하고(considering)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늘 오전 관련 논의가 있었을 뿐이며, 내가 앞서 나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란과 관련한 대통령의 레드라인은 매우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25일 중재국 파키스탄에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군사행동을 중단할 경우 종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은 핵 문제를 모든 합의의 핵심 조건으로 고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레빗 대변인이 이날 ‘레드라인이 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핵 협상이 종전의 핵심이 되어야 하고, 이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와 핵무기 보유는 허용할 수 없는 안이라고 재확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은 핵무기를 통해 전 세계를 위협하려 한다. 현재 석유를 가지고 하듯이, 전 세계를 인질로 잡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려 한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협 개방을 먼저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이란이 말하는 ‘해협 개방’이라는 것이 ‘그래, 해협은 열려 있다. 하지만 이란과 협의하고, 우리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통행료도 내라’는 식이라면 그건 해협 개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라며 “이란이 누가 국제 수로를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하기 위해 얼마를 내야 하는지 결정하는 체제를 일상화(normalize)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루비오 장관은 종전에 대한 이란과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미국이 취할 이후 조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현재 이란에 가해지는 압박이 상당히 크고, 그 압박을 더 강화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이란의 경제를 압박하는 ‘경제적 분노 작전’의 수위를 한 층 더 끌어올렸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제재 대상인 이란 항공사들과 거래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며 “외국 정부들은 자국 관할권 내 기업들이 해당(이란) 항공기에 제트 연료(항공유) 공급, 기내식 제공, 착륙료 결제, 정비 등을 포함한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경고가 이란을 향한 경제적 압박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가로막아 이란의 석유 수출과 물류를 막는 ‘경제적 분노 작전’에 하늘길 통제까지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상업용 항공기 운항을 못하다가 지난 주말에서야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튀르키예,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카타르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다. 이란은 산유국이지만 항공유는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해,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항공유에 의존하고 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