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시아 해역서 이란 유조선 3척 차단
미국의 해상봉쇄 고수에 이란, 호르무즈서 선박 나포 ‘무력시위’
트럼프 “휴전, 정해진 기한 없다”면서도 해상 봉쇄 지속 강조
양국 해상 충돌 확산이 ‘협상 걸림돌’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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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아시아 해역에서 최소 3척의 이란 선박을 나포한 가운데, 이란도 맞대응으로 선박을 나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란 국영 TV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컨테이너선에 접근하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한 없는 휴전’을 재확인하며 휴전 연장과 협상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지만, 미국과 이란의 ‘해상 충돌’이 확대되며 양국의 협상에 새로운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대(對)이란 해상 봉쇄 범위를 아시아 해역까지 넓히자, 이란은 상선 나포로 맞대응하며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며칠간 아시아 해역에서 최소 3척의 이란 국적 유조선을 추가로 차단했다. 미군은 이란 유조선들을 인도·말레이시아·스리랑카 인근 해역에서 각각 우회시키며 항로를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소식통들과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일부 원유를 선적한 초대형 유조선 딥씨호는 말레이시아 해안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차단됐다.
최대 100만 배럴 규모의 유조선 세빈호도 약 65%를 적재한 상태에서 차단됐으며, 200만배럴을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 도레나호 역시 인도 남부 해안 인근에서 확인된 뒤 미군에 의해 통제됐다. 중동에서의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도레나호가 봉쇄를 위반하려다 미 해군이 인도양에서 이를 저지했고, 현재 미 구축함의 호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이 도레나호의 항로를 변경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란 유조선 데르야호 역시 미 해군에 의해 통행이 차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선박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유예 종료 이전에 인도에서 화물 하역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을 대상으로 한 봉쇄 이후 현재까지 총 29척에 대해 회항 또는 귀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휴전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해상 봉쇄와 선박 차단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면전 확전을 피하면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압박 병행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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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이 나포한 이란 국적 선박 투스카호의 모습. [미 중부사령부 공식 X 계정] |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미군의 이란 선박 차단 확대 조치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 3척에 발포하고 이 가운데 2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나포한 선박 MSC-프란세스카호와 데파미노다스호 등 2척에 대해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하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조작했다면서, 이 중 MSC-프란체스카호는 이스라엘과 연계됐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전략적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와 관련해 이란이 선포한 법집행을 방해하거나 안전 통항에 반하는 모든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위반시 단호하고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유지를 협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하고 있다. 종전 협상 대표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해상 봉쇄가 지속되는 한 휴전은 무의미하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란은 대화에 열려 있지만 미국의 봉쇄와 위협이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의 해상 충돌이 지속되면서 우발적 충돌로 이어져 휴전 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양측 모두 전면전 확대는 부담인 만큼, 당분간은 수위를 조절하며 파키스탄을 사이에 둔 탐색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이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폐쇄 상태다. 현재 선박이 통과하려면 이란과 미국 양측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는 “현재 상황은 전면전을 막는 대신 교전 자체는 계속되는 ‘불완전한 휴전’”이라며 “이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해상 충돌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한이 없다”며 휴전과 협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이날 “중간선거 때문에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 국민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얻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란 정권은 폭격보다 봉쇄를 더 두려워한다”며 “오랜 기간 폭격을 견뎌왔지만, 해상 봉쇄에는 가장 큰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