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해 변수에 미국 ‘에리트레아 카드’ 검토…제재 완화 가능성

예멘 건너편 요충지…후티 위협에 전략 가치 재평가
에리트레아, ‘아프리카의 북한’ 불리지만 접촉 시도
제재 완화·외교 채널 복원 검토…인권 문제는 걸림돌
홍해·호르무즈 대체 축 부상 속 美 영향력 확대 포석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 동북부(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나라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홍해 해상 통제 리스크가 커지자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와의 관계 개선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해상 물류 축이 흔들리면서, 홍해 연안 국가의 전략적 가치가 빠르게 부각되는 흐름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에리트레아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와 고위급 외교 채널 복원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에리트레아는 1993년 수교했지만, 유엔 제재 이후 사실상 교류가 중단된 상태다.

이번 접근의 핵심 배경은 지정학이다. 에리트레아는 홍해를 따라 약 1100km 해안선을 보유한 국가로,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핵심 요충지에 위치한다. 특히 맞은편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이 자리 잡고 있어, 중동 분쟁이 해상 물류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최근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차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홍해는 사실상 대체 해상 루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근 국가인 지부티에는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 주요국 군사 기지가 밀집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에리트레아까지 영향력을 확장할 경우 홍해~아덴만~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외교 접촉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랍·아프리카 담당 선임고문인 마사드 불로스는 최근 이집트를 방문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만나 제재 완화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과 비공개 접촉을 통해 관계 복원 가능성도 타진했다.

다만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에리트레아는 장기 독재 체제와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온 국가다. 정치적 탄압과 고문, 종교 자유 제한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캐머런 허드슨 선임연구원은 “제재 해제에는 그에 상응하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에리트레아는 독립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