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부담에도 강행하는 호르무즈 역봉쇄
국제법 위반, 걸프 동맹 타격 피하려면 실행 범위·방식 조율 필요
제재도 버텨온 이란 경제...역봉쇄도 “통하지 않을 것” 전망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逆) 봉쇄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고, 이란에 대한 물자 공급을 끊어 정권을 고도로 압박해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조건으로 협상을 끌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국제유가 급등부터 국제법 위반 논란, 걸프 지역 내 동맹들까지 경제적 위기에 처하게 할 가능성 등을 감수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행 방식을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종 논란을 피해가도록 면밀히 설계해 실행한다 해도, 미국의 역봉쇄 방안이 성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미 이란에 최대의 무기가 된 이상, 미국의 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 치명타 되느냐, 이란만 한 방 먹이느냐
미국의 역봉쇄 방안은 실행 방식과 범위에 따라 걸프 국가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될 지, 이란만 한 방 먹일지가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대해 역봉쇄의 범위와 실행 방식에 따라 상승 폭과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중요한 것은 이란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우회로까지 틀어쥐는 초강수를 막는 것이다.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이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란의 대응 방식도 중요하다. 이란이나 후티 반군이 걸프 생산국들의 대체 경로에 보복을 가한다면 가격은 더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항 등 호르무즈의 대체 경로로 떠오른 곳의 안전을 확보해야 국제유가 급등세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역봉쇄는 이란으로 향하는 물자 수송을 어느 정도로 차단하느냐에 따라 국제법 위반 논란도 나올 수 있다. 민간인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자까지 차단한다면 이는 여지없는 국제법 위반이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지타운 대학교 법학 센터 국가안보법 프로그램 책임자인 토드 헌틀리는 AP통신에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적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민간인을 굶기려는 목적으로 봉쇄를 시행할 수는 없다. 국방부 전쟁법 매뉴얼에도 구호물자를 운송하는 중립국 선박은 통과를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겨냥한 역봉쇄이지만, 이로 인해 아랍에미리트(UAE)나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지역 내 미국의 동맹국들도 피해 볼 수밖에 없다. 시러큐스 대학교의 공급망 실무 교수인 패트릭 펜필드는 이 국가들이 물자를 항공으로 공수해야 하므로 특히 “급격한 식량 가격 상승”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BBC는 걸프 지역 내 동맹들에도 경제적 타격을 주는 호르무즈 역봉쇄 방안이 동맹들과 협의 후 결정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 |
| 13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여성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아파트 옆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시행하며 이란 경제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가하더라도, 이란은 이미 오랜 기간 제재를 견뎌온 ‘생존력’이 있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AFP] |
“이란 절대 백기들지 않을 것” 비관론 우세
미국의 역봉쇄 전략의 결과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압도적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역봉쇄에 나선다 해도 이란이 ‘고분고분하게’ 협상장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예상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선임 연구원은 “이란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현 정권은 역봉쇄로 이란이 입게 될 피해 보다 미국과 국제 경제가 겪을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TED 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 아흐메트 카심 한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고통이 이란의 입장을 바꾸는데 효과적이라고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고통 수용성’은 미국의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란은 이미 고통받고 있으며, 그들은 몇 차례의 타격 그 이상을 감내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란 정권은 시민들의 복지를 돌보는 정권이 아니며, 경제적 재난에 직면해 정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란 민간인들에 대한 경제적 타격을 강화해 정권의 굴복을 끌어낸다는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오히려 미국이 중국이나 인도 선박을 차단하면서 외교적 분쟁을 확산시키거나 이란의 공격을 불러오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런던의 국방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해군력 전문가 시다르트 카우샬은 “물자 부족은 여러 면에서 상황을 훨씬 어렵게 만들 수는 있지만, 반드시 결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봉쇄만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교역국과 이란 간 무역을 완전히 끊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을 오가는 인도나 중국의 선박을 미국이 차단할 경우 외교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워싱턴 근동 정책 연구소에서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담당하는 파르진 나디미는 봉쇄가 이란의 공격적 대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전용 기뢰나 소형 고속 공격정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나선 미 해군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며, 사실상 국제사회와 트럼프 대통령 간 중재역을 해왔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도 이번 전쟁에서 이미 이란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 행사에서 스투브 대통령은 해협 통제가 이란에게 “사실상의 핵무기”가 됐다고 발언하며, “이란은 지금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