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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오늘 파키스탄서 첫 종전협상…호르무즈 해협 돌파구 주목

밴스 부통령[연합]

호르무즈 개방과 이란 핵 문제 놓고 협상 전부터 강대강 대치
미국 “결렬시 공격 강화” 압박…이란은 제재 해제 등 선결조건 제시
휴전 연장 속 단계적 타협 가능성도…절충점 찾기 여부가 최대 변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종전협상에 나선다. 2주간의 휴전에 돌입한 가운데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 문제가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 경색으로 촉발된 에너지 불안과 중동 지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다만 협상장에 앉기 전부터 양측이 강경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초반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이슬라마바드로 향했다. 대표단에는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에서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이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개시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협상 개시 전부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공개적으로 강경 경고를 내놨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공격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은 밴스 부통령 전용기가 출발한 뒤 레바논 휴전과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협상 개최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미국 협상단이 현지까지 이동하더라도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다. 양측이 2주간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뜻을 모았지만, 이란은 하루 통행량 제한과 통행료 부과 방침을 구체화하며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해협의 사실상 전면 개방이 필요하지만, 이란은 협상력 유지를 위해 해협 카드를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이 핵무기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이 더 직접적인 전략 자산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 경색을 풀어내지 못할 경우 협상 성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핵 문제도 핵심 변수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원천 차단하는 수준의 합의를 원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함께 이란이 주장하는 평화적 이용 명분의 농축권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가 협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2015년 이란 핵합의인 JCPOA보다 강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하고, 고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또는 저농축 전환,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수용 등을 담은 바 있다. 대신 이란에는 자산 동결 해제와 제재 완화가 제공됐다.

이란은 이번 협상에 앞서 침략 종식, 중동 주둔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 전면 해제, 농축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등을 포함한 요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구와 간극이 큰 데다, 미군 철수와 같은 조건은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으로 꼽힌다.

협상의 의제 자체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란이 레바논 휴전을 선결 과제로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휴전의 범위와 종전협상의 틀을 두고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1일 협상이 실제로 개시되지 못하거나, 시작되더라도 원칙적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판을 초반부터 완전히 뒤엎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장기전 부담을 줄이고 정치 일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이란 역시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통해 전략적 공간을 넓히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양측이 짧은 시간 안에 자국 내에서 각각 “승리”라고 설명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입장 차가 큰 만큼 2주 휴전을 연장한 뒤 추가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