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 F-15 美대령 해발 2130m 산악지대 몸 숨겨
권총 하나로 36시간 사투…네이비실·CIA 총동원 구출
더 대범해진 트럼프 ‘하르그섬 상륙작전’ 가능성 고조
이란도 격렬한 교전…美 전투기·블랙호크 3대 격추
“美·이란 모두 승리 주장…더 심각한 확전 들어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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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5일(현지시간) 중부 지역에서 미군 항공기를 격추했다며 국영 언론을 통해 그 잔해 사진을 공개했다. [AFP] |
격추된 F-15E 전투기 탑승 장교 구출 작전이 미국이 고심 중인 지상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이번 구출 작전을 두고 이란은 화력이 부족해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미국의 자부심인 전투기를 격추했다는 점을, 미국은 적진 한복판에 갇힌 장교를 구출했다는 점을 들어 각자의 승리라 자화자찬했다. 승리에 도취한 양국이 한층 과감한 작전을 벌여 전쟁이 더욱 심각한 확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F-15E 전투기를 미사일로 격추했고, 탑승했던 미군 조종사와 무기체계 담당 장교 등 2명은 비상 탈출했다. 조종사는 즉시 구조됐지만 무기 담당 장교는 한동안 행방이 확인되지 않아 미군과 이란군이 치열한 수색 경쟁을 벌였다. 이란은 미군 장교를 생포하면 현상금을 주겠다며 일반 시민들까지 동원해 해당 장교를 찾고 있었다. 해당 장교가 이란에 넘어간다면, 향후 협상 카드로 쓰일 수도 있는 상황. 미군은 사고 발생 후 24시간여 만에 해당 장교가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관련 신호(beeping signal)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고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 매체 악시오스에 해당 상황에 대해 전했다. 당국자들은 그 장교가 이란에 포로로 잡혀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란이 미군을 함정으로 유인하기 위해 “허위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세한 과정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장교가 산의 틈새에 숨어있었고, 미국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그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그 장교는 적진에서 홀로 24시간 이상을 버티면서 해발 2130m 높이의 능선을 타고 이동하다 산의 바위 틈새에 숨어있었다.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라고는 권총 한 자루뿐이었다.
미군이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중앙정보국(CIA)이 장교의 위치를 찾아 국방부에 전달했고,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팀6’ 대원들을 비롯해 수백명의 특수부대원이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 작전 지역에 이란군이 오지 못하도록 이스라엘이 폭격을 가했고, 미 특수부대원들이 이란군을 교란시키기 위해 사격을 가하면서 실종 장교를 구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출 작전에 200여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구출 작전이 성공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군은 미국 역사상 가장 대담한 수색 및 구조 작전 중 하나를 완수했다”며 “우리 부대의 훌륭한 장교이자 한 대령이 무사히 구조돼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번 구출 작전은 예기치 않은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 지상전 가능성을 확인해 본 시험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공영 방송 BBC는 “미군이 분쟁 지역에 진입해 이란군의 코앞에서 전방 비행장과 급유 지점을 구축하고, 고립된 항공기 두 대를 파괴하고 대체기를 보낼 동안 몇 시간 동안 그곳을 점령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해병대와 공수부대원을 중동으로 보낸 상태에서 지상전을 두고 고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중 투하 또는 상륙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을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항공기 손실과 장교 구출 작전의 복잡한 과정을 보고, 하르그섬이나 페르시아만 내 거점을 점령하는 지상 작전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군사 작전에서 미군은 위험을 무릅쓰고 저고도 비행을 해야 했는데, 이는 이란군의 휴대용 대공미사일 시스템(Manpads·맨패즈)에 노출되면 바로 공격받게 된다. 이번 F-15E도 맨패즈로 인해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군이 어깨에 메고 발사하는 맨패즈로 F-15E를 격추했다며 “운이 작용한 것”이라 말했다. 이를 두고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군사력이 무력화됐다며 “대공 장비가 남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후에도 미군 전투기 2대와 헬기 블랙호크 1대를 격추할 정도로 위협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 전했다.
이란은 미군 전투기 격추를, 미국은 탑승 장교 구출을 각각 승리로 자평하면서, 양국 모두 대담한 공격을 펼치며 전쟁을 심각한 확전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국영 언론은 불에 탄 미 전투기 사진을 공개하면서 3일간 미 전투기 3대를 격추한 것은 “신의 은총”이 깃든 승리라고 선언했다. 모하마드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런 식의 승리를 세 번 더 거둔다면, 미국은 완전히 파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도 이란 한복판에서 탑승 장교 구출에 성공한 이후 한층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로 장교 구출 사실을 확인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을 폭격하겠다며 욕설을 섞어 이란을 위협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인 구조 작전에 고무돼 새로운 위협을 가하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미국과 이란이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현 상황에서는 외교 해결을 통한 위기 종식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바에즈는 “이 시점부터, 이 전쟁은 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것이 바로 더 많은 표적을 설정하고 더 많은 압력을 가하면 결국 이란을 항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미션 크립’(mission creep·작전 범위의 무한 확대)으로 이어지는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