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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인플레 자극→금리인상 ‘3단 충격’

이란戰에 유가 110달러…에너지發 물가상승 압력↑
연준 금리인하 기대 후퇴…시장선 인하시점 “밀렸다”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주택·소비등 실물경제 부담 확산
트럼프 ‘저금리·저유가’ 구상, 전쟁 변수에 구조적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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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금리 구상도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장기금리 안정을 통해 경기와 시장을 뒷받침하려 했지만,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채금리가 오르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뒤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추이[연합]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이서 "이란을 향해 2~3주간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밝히면서 2일 국제 유가가 급반등했다.

이날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1.54달러로 전장보다 11.4% 급등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9.03달러로 전장 대비 7.8% 올랐다.

채권시장도 변동성을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3월 한 달 동안 35bp 상승했다. 최근 들어 장중 변동성은 커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과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감소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그래프[인베스팅닷컴]

국채금리는 단순히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만을 반영해 결정되지 않는다.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장기 국채금리는 앞으로 수년간의 금리 흐름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될 경우, 시장은 향후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반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금리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 대출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 역시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은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가격이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수익률(채권금리)은 상승하게 된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유가 쇼크를 넘은 플라스틱과 헬륨 등 자원에서도 연쇄적인 공급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시장 분위기를 바꾼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통과하던 해협이 막히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곧바로 물가와 금리 전망에 부담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 측 충격이 성장 전망 자체를 훼손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리 쿠라 웰링턴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성장 전망에 대한 위험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3개월 전만 해도 인공지능이 경제의 디플레이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준이 사실상 대처하기 어려운 공급 측 충격을 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0일(현지시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신중한 태도를 이어갔다. 그는 에너지 시장 충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이 현재로선 정책적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선물시장에서는 한 달 전만 해도 약 75bp 수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됐지만, 지금은 내년 7월 전까지 어느 회의에서도 인하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바뀌었다.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핵심 이코노미스트였던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조차 최근에는 금리 인하 요구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와 전쟁,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이 TV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AFP]

문제는 이 충격이 단순히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몇 주 안에 재개방되더라도 걸프 지역 인프라 피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여파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뿐 아니라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 금리 상승은 미국 실물경제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10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은 하락세를 보이던 모기지금리에 다시 상승 압력을 가했고, 이는 봄철 주택 판매 시즌을 앞둔 주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택 수요는 이미 약한 상태였고, 1월 신규 주택 판매는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의 화물선들. [로이터]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올해 경제의 ‘순풍’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연방정부 셧다운 이후의 경기 회복 기대와 세금 환급에 따른 부양 효과가 있었지만, 전쟁과 고유가, 금리 상승이 그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1분기 GDPNow 전망치는 1월 평균 4.6% 수준에서 3월 말 2% 아래로 낮아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수록 시장의 우려는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조시 립스키 애틀랜틱카운슬 국제경제 부문 의장은 “상황이 더 악화하면 연준과 중앙은행들이 정반대의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식의 금리 인하, 즉 세계 경제 둔화가 전제된 인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