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伊·스페인·폴란드 “이란전 개입 안해” 저항
트럼프 “비협조 기억할 것…유럽 직접 싸우라”
관세로 생긴 미·유럽 균열, 중동 포화로 커져
트럼프 “비협조 기억할 것…유럽 직접 싸우라”
관세로 생긴 미·유럽 균열, 중동 포화로 커져
미국과 유럽간 77년 대서양 동맹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주요 국가들이 중동 전쟁 개입을 잇따라 거부하자 세계 최대의 집단방위 체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용론을 넘어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대이란 군사 작전이 끝나면 나토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대통령과 미국은 이번 작전이 끝난 뒤 모든 것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단지 유럽이 공격받을 때 우리가 방어해주는 것뿐이고, 우리가 필요할 때 주둔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좋은 합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유럽 동맹국들에 격노하며 “기억하겠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그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가 지도록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고 말하더니 31일에는 “가서 당신들의 석유를 직접 확보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당신들은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그곳에 있지 않았듯이, 미국도 더 이상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우리가 자유 진영을 대신해 이런 규모의 작전(대이란 전쟁)을 수행할 때 (나토의) 동맹들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의지가 있는지가 세상에 드러났다”며 나토 회원국들의 비협조적인 태세를 꼬집었다.
그럼에도 유럽은 여전히 미국의 대이란 공습 작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일관하며 협조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31일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 시칠리아 공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불허했다. 스페인 정부도 전날 미국 군용기의 스페인 영공 통과를 전면 불허한 데 이어 이탈리아, 폴란드, 프랑스도 중동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움직임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는 조치를 거부하고 나섰다.
폴란드는 자국에 있는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중동에 보내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동맹국들은 이곳에서 우리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며 패트리엇을 재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적었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이란 전쟁에 소극적인 것은 나토의 핵심인 제5조가 이번 전쟁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명분론도 있지만, 그간 동맹국들에 가혹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유럽 내 반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냉전 시기, 구(舊)소련의 침공과 공산주의 팽창에 맞서기 위해 1949년 북미·유럽 국가들이 만든 기구다.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대응하는 집단방위 조항(헌장 제5조)이 핵심이다.
‘대서양 동맹’으로도 불리는 이 체제는 미국의 군사·자금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나토 체제의 존속 필요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이같은 나토 내부의 균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불거지기 시작해 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한층 뚜렷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는 우크라이나 지원도 유럽을 통한 ‘무기 판매’ 방식으로 바꿨다.
이란 전쟁이 수습되고 나면 미국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을 때 동맹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문제 삼으며 무역·안보 협상에서 한층 일방적 공세에 나설 경우 나토는 물론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결속력이 저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향해 노골적으로 드러낸 ‘거래적 동맹관’을 고려할 때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이 맺어진 한국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역시 지난 15일 영국·프랑스·중국·일본과 함께 호르무즈 파병 요구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바 있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