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출정비 주문에 금융위 속도
다주택자 대출 연장 원칙적 금지 가닥
비거주 1주택, 예외 기준 설정이 관건
다주택자 대출 연장 원칙적 금지 가닥
비거주 1주택, 예외 기준 설정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정책 마련을 거듭 주문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설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당초 ‘빨라야 다음 달’로 보던 일정과 달리 ‘늦어도 다음 달에는 대책을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사실상 데드라인이 생긴 만큼 규제 범위를 전방위로 넓히기보다, 이 대통령이 지목한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초점을 맞춘 정교한 규제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1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을 어떻게 할 건가에 있어 금융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세심하게 방법을 잘 찾아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대한민국 전 국토가 투기·투자의 대상이 돼 버렸다”며 “남의 돈으로 (부동산을) 사서 자산을 증식하는 일이 유행이 되다 보니 그걸 안 하는 국민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부동산을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게 금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7일 밤에도 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편법·탈법을 결코 용인하지 않으니 최소한 이 순간부터는 자제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는데 금융을 활용한 부동산 투기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연이은 공개 주문에 금융당국도 적잖은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개인·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규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1주택 보유자가 다른 집에 임차하기 위해 받는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 확대, 대출한도 추가 축소 등 규제 범위를 주택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지지만 서둘러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안부터 마련해 발표하는 방식을 유력해졌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늦어도 4월에는 발표한다는 목표로 준비를 빨리 하려고 한다”며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위주로 규제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 이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비거주 1주택자 규제의 예외 기준 설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통상 전세대출은 임차권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 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상품인 만큼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1주택자의 공적 보증을 차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현재 1주택자는 보증을 통해 수도권 전세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투기성 여부를 어떻게 가려내는지는 관건이다. 직장 이전, 질병, 부모 봉양, 자녀 학업 등 불가피한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거주 관련 증빙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다주택 여부 확인 프로세스 등에 대한 고민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대출 제한과 관련해선 특히 세입자 영향에 대한 현장 의견을 추가로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대출 일괄 중단 시 세입자 주거 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환에 유예를 주는 만기 차등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는 대출 규제 방안과 함께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도 발표할 계획이다. 업권별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통상 2월에 공개되나 올해는 대출 규제안 마련과 겹치면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뤄졌다.
금융위는 올해 목표를 작년보다 낮게 설정하되 주담대에는 별도 목표치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목표 달성 수준과 최근 상호금융권 대출 확대 흐름 등까지 고려해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