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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민연금 주총 반대 42%가 이사보수안…깜짝실적에도 어깃장

국민연금 주총안건 반대안건 분석
삼성SDS 등 ‘어닝 서프’ 기업에도 반대표
주주배당 확대 위한 이사 보수상향 견제
기업들은 낮은 보수로 이사 유치 제약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박지영·권제인 기자] 자본시장 ‘큰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삼성SDS, 한화오션, 효성중공업 등 지난해 깜짝 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의 이사 보수 한도 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사진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현실에 반해 주주환원 확대라는 기준에 따라 기계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익 366% 급증에도 보수 상향 반대

18일 헤럴드경제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현재까지 ‘반대’ 의견을 낸 35개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15건(42%)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으로 집계됐다. 기금운용본부는 이사가 받는 보수 한도가 기업의 경영 성과에 비해 과하게 높다고 보일 경우에 반대 의견을 낸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공시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반대 의견을 내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급의 실적을 낸 기업들의 이사 보수한도 변경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클럽 복귀에 성공하며 전년 대비 366%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한화오션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2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 지급에 대해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한화오션은 오랜 적자 끝에 2024년도 흑자 전환한 이후, 2025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와는 별개로 8만1193주에 해당하는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도입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이사 보수 최고한도액은 그대로 두되 3만4183주에 상응하는 RSU를 추가로 지급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그런데 국민연금 입장은 지난해 찬성에서 올해는 반대로 180도 바뀌었다. 이사가 받는 보수경영성과 대비 과도하다는 이유다. 연도별 판단 기준에 대해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지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업계 호황으로 13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삼성SDS, 인공지능(AI)발 수요 폭발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효성중공업, 4년 연속 매출 1조원대를 기록한 유니드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반대에 부딪혔다.

美 최대 연기금, 데이터 기반 경영진 보수 평가

이같은 국민연금 방침은 이사들에게 지급할 보수 명목으로 자금을 묶어두는 대신, 이를 주주 환원에 활용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대개 기업들은 이사들의 보수총액 한도를 설정해놓고 실제로는 이보다 적게 지급한다. 국민연금이 제동을 건 지점이 여기다. 이사들에게 줄 보수 몫으로 자금을 묶어두고 이를 주주환원에 쓰지 않고 있으니, 한도를 현실적으로 낮추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업들 입장에선 이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호소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높게 설정하는 것은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인데, 이 총액을 제한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매출·영업이익 성장으로 기업 덩치는 커가는데 보수 한도는 기계적으로 일괄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는 경영진의 보수가 기업의 성과와 일치하는지, 최근 5년간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 대기업은 CEO(최고경영자)가 일반 직원의 수백 배 이상 보수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이사 보수에 대한 간섭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후 국민연금·기업 신경전 심화 전망

올해 주주총회에선 개정 상법 취지에 어긋나는 안건에 반대하는 국민연금과, 경영권을 방어하러는 기업 간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앞서 “개정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주주총회 안건에는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시차임기제 등 개정 상법에 대응하려는 기업들 시도도 가로막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3년’으로 고정돼 있던 이사 임기를 ‘1~3년’으로 유연화하는, 이른바 시차임기제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선임 시점도 연도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개정 상법상 집중투표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SDS, 일진전기 역시 같은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했다.

자기주식을 임직원 보상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현대모비스 안건에 대해 반대를 던지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매입 당시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현대모비스는 추후 신규 매입이나 배당 등을 늘려 주주환원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나친 잣대가 되레 주주가치 훼손”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계적인 주주권 행사가 개별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차임기제, 자사주 소각의 목적 등 법을 준수하는 기업의 운영방식에 ‘취지’를 이유로 국민연금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기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을 역임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사 임기와 기간은 기업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인데 일률적으로 간섭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주주 입장인 국민연금이 마치 상법을 집행하는 기관처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