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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통상본부장 “美 301조 조사 예상…기존 관세 복원 차원, 긴밀 협의”

긴급 브리핑…“쿠팡과는 관계없어…미국 측에 관련 조사 적절치 않다 표명”
“기존 합의 어기는 국가, 관세 인상 가능성”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정부가 12일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예상된 수순”이라면서도 “긴장을 놓지 않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익을 최대화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발표이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USTR과 협의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미 연방대법원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위헌 판결 이전 수준으로 (관세를) 복원하기 위해 301조를 활용할 것이라는 구상을 여러 차례 설명했고, 그렇게 협의를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USTR은 11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선언하면서 이번에 ‘과잉 생산 능력과 연관된 불공정 무역 관행’, 그리고 ‘강제 노동에 의한 상품 생산’ 등 두 가지 이유로 각각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으로는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16개국을 지목했다.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의 근거 법률인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조사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통상 압박 수단이다. 일반적으로 ‘301조’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1974년 제정된 무역법의 301∼309조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해당 조항은 상대국이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또는 차별적인 법이나 제도, 관행 등으로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조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맡게 되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수입 금지와 같은 제재를 가하거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이어진다.

USTR은 조사에서 단순히 미국 기업에 직접적인 차별 대우를 했는지 등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지적재산권 보호 상황, 환경 규제 현황 등도 경우에 따라 비합리적인 무역 장벽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여 본부장은 “공급과잉 관련 조사는 한국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16개국의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을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강제노동에 대해서도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디지털 등 비관세장벽과는 별개의 301조”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의 이번 301조 조사가 무효가 된 상호관세 조치를 복원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관세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 목표는 기존에 미국이 합의한 무역 딜(deal)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IEEPA 외에)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관세 등을)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일단 무역법 122조로 글로벌 관세 10%를 모든 나라에 부과한 것은 301조는 일반적인 경우 1년 내지 수개월간 사건 조사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조사 기간인 4∼5개월의 공백을 5개월 동안 (관세 부과를) 할 수 있는 122조를 통해 메우려는 것으로, 7월 중순 이후부터는 301조를 통해 위헌 판결 이전의 관세 수준으로 복원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한국이 기존 상호관세(15%) 이상의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주 USTR 대표와 제가 만나 협의할 때도 미국 정부는 모든 국가와 했던 합의를 지키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301조 조사에도 한미 간 합의했던 이익 균형이 유지되고 우리의 수출에 있어 주요 경쟁국에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과 관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최혜국대우 합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수차례 전달했다”며 “다만,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301조라는 굉장히 강력한 법적 수단을 활용해 여러 조치를 개시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시로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수산물·쌀 시장 접근성, 해양오염 같은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USTR이 또 다른 301조를 통해 여러 무역 대상국에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그런 부분은 현재 예단할 수 없다. 오늘 공식화된 부분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쿠팡 관련 사안이 이번 조사에 포함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301조 조사는 쿠팡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난주 USTR 대표와 만나 협의할 때 쿠팡 관련 사안도 논의했고, 한국인 80%에 이르는 정보 유출이 있었던 것이고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 중인데 301조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 관계에서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은 작년 11월 양국 정상 간 합의를 지키고 이행하는 것”이라며 “16개국에 대한 301조 조사 국면에서 어떤 국가가 기존에 합의를 어긴다거나 무시한다면 그 국가는 기존 관세의 복원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어제 USTR로부터 공식적인 협의 요청을 받았다”면서 “서면 의견 제출 기간인 다음 달 15일까지 업계와 잘 협의해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최근 들어 무역법 301조를 주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활용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상황 등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 조사를 벌여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75%가 관세 대상이 됐다.

한국도 그간 여러 차례 무역법 301조와 슈퍼 301조 조사 대상이 됐다. 외환위기(IMF) 직전인 1997∼1998년 자동차 수입 장벽 등을 문제 삼아 슈퍼 301조 상 PFC로 한국을 지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배기량이 높은 차량에 대해 높은 자동차세를 매기는 한국의 세제가 주로 2천cc 이상 대형차를 수출하는 미국에 불리하다는 내용 등이 근거였다.

당시 슈퍼 301조 발동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에서 O-157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시민단체·소비자단체 등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한미 간 통상갈등이 크게 심화했다.

최근에는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이 USTR에 한국을 상대로 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USTR이 광범위한 301조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중복을 이유로 이 청원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