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 사장’의 무한 연대 책임 시대가 왔다. 실질적 결정권이 없는 ‘껍데기 사장’ 대신에 진짜 사장을 찾는 목소리가 봇물이다. 이 곳 저 곳에서 진짜 사장을 찾는다. 모두가 아는 원청과 하청노조의 얘기다. 10일 하루에만 하청노조 407곳, 조합원 8만1600명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섰다. 대기업 하청 노조뿐 아니라, 택배기사를 비롯해 대학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 공항 노동자 등 진짜 사장을 찾는 노동자의 범위도 광대역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진짜 사장을 찾고 있다. 진짜 사장이 책임을 지고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골짜로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은 한국 노동계에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청에 하청으로 얽히고 설킨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실 원·하청으로 이뤄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양날의 검’으로 한국 제조업을 떠받쳤던 게 사실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계급화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조업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을’보다 못한 ‘병’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고,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오히려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개정 노조법은 다층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하청 동반성장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토대”라고 말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대명제에 토를 달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일방 통행은 계층적으로 이뤄진 하도급 구조를 원·하청 동반성장 구조로 전환은 커녕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키울 수 있다. 그만큼 껍데기 사장과 진짜 사장을 가늠하는 심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진짜 사장과 껍데기 사장을 구분하는 ‘초정밀 가늠자’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여부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시행 첫 날의 모습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플랜트 건설 근로자들이 원청인 건설사 뿐만 아니라 발주처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는 그 한 예다.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급식업체까지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혼란스런 현장의 한 대목이다. 교섭 대상을 놓고도 제 입맛에 맞게 제각각 해석을 내놓는다. 하청노조의 교섭요구에서 빠지지 않는 ‘임금’도 그 한 예일 뿐이다.
정부의 말마따나 노란봉투법이 우려의 시선을 딛고 건강한 노사관계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관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이에 따른 모범 사례’가 축적돼야 한다. 이 때 심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섭 대상 여부 등을 판단하는 노동위원회와 개별 교섭의제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 유권해석을 지원할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 두 곳이 실질적인 심판이다. 심판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균형감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 있다. 여기서 하나 더. 원·하청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같은 우리 사회에 케케묵은 난제도 함께 테이블에 올려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제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건강한 노동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한석희 뉴스콘텐츠 부문장 겸 산업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