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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업계 비상...항공 “연료비 폭증”·해운 “물동량 줄라”

항공, 연료비 부담 가중
LCC 위험 노출↑
해운, 유류할증·운임 상승으로 충격 제한
장기화시 물동량 둔화 우려

대한항공 여객기와 아시아나 여객기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권제인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해운 등 운송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연료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면,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과 유류할증 구조 덕분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양 업종 모두 불확실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약 3050만배럴의 항공유를 소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변동해도 약 3050만달러(약 455억원)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 항공유 가격이 전쟁 이전과 비교해 약 140%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꼽힌다. 항공사의 영업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특히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됐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유가 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파생상품을 통한 유가 헤지 전략을 활용하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LCC는 유가 상승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산업 비용 구조 [한국신용평가 제공]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유가가 10% 변동할 경우 영업이익이 약 348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진에어 역시 유가가 10%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29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이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사들이 적용하는 유류할증료는 일정 기간 평균 항공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최근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일본·동남아 등 인기 노선의 유류할증료가 5만원대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대형 항공사보다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라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LCC 간 저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운업계는 유가 상승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사들이 연료비 상승분을 ‘유류할증료(BAF)’ 형태로 화주에게 일부 전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상 운임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력이 겹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6일 기준 1489로 전월 대비 17.6% 상승했다. 중동과 남미 항로 운임이 급등한 영향이다. SCFI는 전 세계 주요 15개 컨테이너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대표적인 해상 운임 지표다.


운임 상승은 컨테이너 선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HMM 등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선사의 경우 운임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벌크·에너지 운송을 중심으로 하는 선사 역시 화주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있어 연료비 등 변동비 상승분이 일정 부분 운임에 반영되는 구조다. 실제로 장기 운송계약 기반 선대의 경우 원가보상 방식이 적용돼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다만, 해운업계 역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보험료 상승과 항로 변경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유가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수출입 물동량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부 선사는 화주와의 계약 구조에 따라 연료비 상승분을 일정 부분 보전받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원가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며 “선박은 전 세계 항만을 오가며 중간중간 급유를 해야 하는 구조라 유가 변동 영향을 피하기 어렵고, 전쟁 장기화로 사업 운영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