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분당 담합’ 기업에 최대 1.2조 과징금

7년6개월간 매출 6.2조 담합 추산
공정위, 가격 재결정 명령 시정 조치
“심의전 가격인하폭 적정여부 검토”
불공정행위 끝까지 추적·제재 방침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진열된 설탕 등 당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국내 주요 전분당 제조업체들이 7년 넘게 판매가격을 담합한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담합이 영향을 미친 관련 매출 규모만 약 6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과징금이 최대 약 1조24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사무처는 6일 “전분당 가격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전날 4개 전분당 제조·판매 사업자에 송부하고 위원회에 제출해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대상 기업은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이다.

이번 사건의 담합 대상인 전분당은 옥수수를 분쇄해 생산한 전분과 이를 가수분해해 만든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의 당류를 통칭한다. 전분당은 청량음료, 케이크, 빵, 비스킷,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며 제지와 철강 산업에서는 접착이나 코팅 용도로도 활용된다.

사건을 담당한 공정위 심사관은 제당업체 설탕 담합 사건을 조사하던 중 전분당 가격 합의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 추적 조사를 벌여 전분당 제조·판매 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확인했다.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약 142일간 진행됐다.

그 결과 심사관은 해당 기업들이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7년 6개월 동안 전분당 판매가격을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 규모가 약 6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했다.

심사관은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가격담합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관련 임직원 고발 등의 조치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이 올해 2월 고발을 요청한 4개 법인에 대해서는 이미 고발을 완료한 상태다.

특히 공정위는 최근 신문용지와 밀가루값 담합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 심의보고서에도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는 시정조치로, 실제 적용 사례는 2007년이 마지막이다.

유성욱 조사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들 업체가 심의일 이전에 가격을 3~5% 인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심의 과정에서 해당 인하 폭이 적정한 수준인지도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는 조사 과정에서 파악된 위법성 및 조치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최종 판단은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위원회는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 범위 내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부과액은 가담 정도와 기간, 자진신고 및 조사 협조 여부 등에 따라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기업들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이내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전분당 담합 사건이 민생물가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방어권 보장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신속히 내릴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에 심의가 상정된 가격담합 외에도 일부 실수요처 대상 입찰담합 의혹과 전분당 부산물 가격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분당 부산물은 옥수수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글루텐피, 배아, 섬유질 등을 의미하며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관련 조사 역시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경제를 잠식하는 담합을 비롯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끝까지 추적·제재할 것”이라며 “특히 민생에 부담을 유발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 엄중한 제재, 신속한 가격 정상화가 이뤄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