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 평균 보증금 10억원 훌쩍 넘어
서울 곳곳서 벌어지는 전세난과 대조
세입자 못구한 다주택자들 매도 전환
서울 곳곳서 벌어지는 전세난과 대조
세입자 못구한 다주택자들 매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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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 매수 시 2년 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면서 전세 수급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다주택자가 값을 내려 서둘러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대출마저 문턱을 높이면서 고가 전세를 감당할 신규 수요 진입이 어려워,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이뤄지는 5월9일 이전까지 세입자를 못찾아 나오는 급매물이 눈에 띌 전망이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핵심지에서 전세매물이 소화되지 않는 이유는 높은 전셋값 때문이다. 5일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월 강남구와 서초구의 평(3.3㎡)당 전세가격은 4271만원, 송파구는 3375만원으로 나타났다. 국민평형(84㎡·전용면적) 기준으론 평균 전세 보증금이 10억원을 넘기게 된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는 지난 1월 30일 84㎡가 13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현재 같은 타입의 전세 매물 호가는 최대 20억원에 달한다. 개포동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같은 면적도 전세 매물이 15~17억원에 나와있다. 지난해 말 이뤄졌던 전셋값 대비 하락이 거의 없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내리진 않아서, 세 살 집을 구하는 손님도 제한적이고 거래도 작년보다 지연되고 있다”면서 “전세난이 있다고 하지만 대치동 일대는 전세 매물이 나와도 바로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 전셋집을 구하러 다닌 30대 신혼부부B씨도 “10억원에 나온 전세 매물을 본 뒤, 집주인이 가격을 조정해줄테니 계약하자고 계속 연락을 주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집을 보러 다니는 지인들과 얘기해보니 이 일대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강도 높은 전세대출 규제도 고가 전세 수요를 진입을 막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7과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1주택자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도록 했다. 또 수도권·규제지역 내 소유권이전조건부 전세대출도 아예 금지했다. ‘빚을 내 세를 사는 수요’가 나타나기 어려워진 것이다.
임대차계약 갱신 사례가 늘어난 것도 ‘이사 수요’를 억제 시켜, 강남권 고가 전세 시장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신고건수 3만2145건 중 갱신계약은 1만5317건으로 전체의 47.7%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갱신계약이 35.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12.6% 늘어난 수치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이들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며 “전세 세입자가 이사를 가야 신규 수요로 창출이 되는데, 갱신을 거듭하니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 특히 세금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다주택자들은 서둘러 값을 내려 매도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42억7000만원에 거래된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84㎡는 최근 4억7000만원 낮은 38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또 최고가 128억원을 기록했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183㎡는 최근 호가가 100억~110억원으로 낮아졌다.
시장에선 당분간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더 나타날 것으로 보지만,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살펴보긴 어렵다고 전한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값을 내린 매물은 10~20년 전 저점에서 매수한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로, 매도자 입장에선 급매가 아닌 수익 매물이다”면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하반기 추세적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판단이 어렵다”고 전했다. 홍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