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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주목한 싱가포르도 핵심지는 시세차익 10억원, LH 공공분양 도입 가능할까 [부동산360]

李대통령 ‘국가 주도’ 싱가포르 정책 잇따라 언급
싱가포르도 핵심지 쏠림 현상에 입지별 차등 규제
핵심지일수록 실거주 의무↑, 차익 환수율 높아져

싱가포르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턴’(Pinnacle@Duxton) 단지 전경. 신혜원 기자

#. 지난달 싱가포르 내 부촌으로 꼽히는 퀸즈타운(Queenstown)의 방 다섯 칸짜리 공공주택 매물(잔여 임대기간 89년)이 170만싱달러(한화 약 19억5000만원)에 매매돼 싱가포르 전체 공공주택 매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은 해당 아파트가 2009년 분양됐을 당시 약 53만2000싱달러에 공급돼 가치가 네 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 싱가포르 도심 상업시설인 마리나베이와 3㎞ 거리에 있는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턴’(Pinnacle@Duxton)의 방 네 칸 매물은 지난해 3월 151만8000싱달러(약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매도자들은 2010년 해당 아파트를 37만8000싱달러에 매입했는데, 15년 새 100만싱달러 넘게 상승했다.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공공 주도 주택공급을 추진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싱가포르 정책을 참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공급될 공공분양 제도 설계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싱가포르에서도 최근 몇 년 새 핵심지 공공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 정부가 ‘입지별 3단계 차등 규제’를 시행하는 등 실거주 중심의 시장 체계를 강화하려는 정책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싱가포르와 한국은 정치 환경, 토지 소유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싱가포르식 공공주택 공급 기조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싱가포르의 국가 주도 주택공급 체계를 잇달아 언급하며 투기 수요 차단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부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다”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이 배워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1일에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국민소득이 1인당 10만달러에 가까운 나라지만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로 고통받거나 국가 발전이 저해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투기억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관심을 쏟는 싱가포르는 국토의 약 90%가 국가 소유로, 주택개발청(HDB)이 국유지를 활용해 공공주택을 민영주택 가격의 약 55% 수준에 공급한다. 99년 장기 임대 방식으로 소유권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면서 투기를 방지하는 식이다.

하지만 공공 중심 주택 구조가 체계화된 싱가포르도 202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유사한 핵심지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경쟁률이 퀸즈타운, 부킷메라(Bukit Merah), 토아 파요(Toa Payoh) 등 도심과 인접한 선호지역일수록 높고, 외곽 지역은 1대 1 수준에 그치는 등 입지별 수요 양극화가 뚜렷했다. 인프라가 풍부해 주거 편의성이 높다는 입지적 장점뿐 아니라 싱가포르 부촌 일대에서 매매가 100만싱달러 이상 공공주택 재판매 거래가 증가하면서 차익을 통한 로또 효과를 기대하는 수요도 몰린 영향이다.

싱가포르 텔록 블랑가(Telok Blangah) 공공주택 단지 뒤로 도심지가 보인다. 신혜원 기자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이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입지별 3단계 차등 규제를 도입했다. ▷프라임(Prime·도심 핵심부 등 초핵심지) ▷플러스(Plus·역세권 등 인기지역) ▷스탠다드(Standard·일반지역) 등 단계에 따라 실거주 의무와 보조금 지원, 차익 환수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2023년 8월 리셴룽 당시 싱가포르 총리가 국정연설에서 “좋은 입지에 있는 공공주택은 분양가도 높고 시세차익도 커서 특정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복권같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공공주택이 모든 싱가포르인에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공정성과 사회적 혼합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분류 체계를 도입한다”고 예고한 제도 변화였다.

각 단계별로 실거주 의무는 스탠다드가 5년, 플러스·프라임은 10년이고, 플러스·프라임 단계로 올라갈수록 수분양자를 위한 정부 보조금은 늘어나고 환수 차익은 높아진다. 스탠다드 단계는 환수 차익이 0%고, 플러스는 매각가의 6~8%, 프라임은 9%다. 핵심지일수록 보조금 지원을 늘려 서민층의 진입장벽을 낮추되, 재판매 시 정부가 거둬가는 비율을 높여 개인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집중되는 로또 분양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한 플러스와 프라임 등급은 매수자의 소득 제한도 둬 자산가들이 독식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해 9·7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 정부도 공공분양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 3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 토론회에서는 공공분양 주택 매매가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LH 공공분양 제도 설계를 담당하는 LH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론회에 참석해 “싱가포르와 달리 우리나라의 지금까지의 공공분양은 저렴하게 분양하고 시세차익은 수분양자에게 100% 돌아가 공공성이 소멸되는 식이었다”며 “‘시세의 80%에 분양했으니 매매도 시세의 80% 수준에 할 수 있도록 하자’, ‘(공공분양주택은) 무주택자만 청약홈을 통해 살 수 있도록 하자’ 등 다양한 대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국토 대다수가 국유지이고, 국가의 강력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정책을 차용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 내용을 실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해도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근간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접목시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인구로 인해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구조와 달리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핵심지 수요에 대한 대응이 더 쉽게 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