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리스크 장기화땐 주요국중 韓경제 충격 최대” [중동發 퍼펙트스톰]

중동 전쟁 확산 조짐에 시장 혼란
환율 하루 22.6원 솟구쳐 1462.3원
달러인덱스 98, 5주만에 최고 수준
유가 82弗땐 韓경제성장률 0.45%P↓
한은 ‘중동사태 상황 점검 TF’ 가동


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의 부르즈 알 바라즈네(Bourj Al Barajneh)를 공습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헤즈볼라도 항전 방침을 밝히면서 중동 전체로 전선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쟁의 장기화도 배제할 수 없어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EPA]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충돌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유가가 이 수준에 장기화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45%포인트(p)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 물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국내 통화정책과도 직결돼 물가 상승 요인이 장기화될 경우 동결로 기운 기준금리 전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상방 압력에도 맞닥뜨리는 상황에 직면하는 셈이다.

3일 한국은행이 내부적으로 추정한 유가 대비 물가상승률 탄성치를 보면 연간 평균 유가가 10% 오르면 물가상승률은 0.2~0.3% 오르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2%로 올렸는데, 당시 연간 국제 유가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4달러로 전제한 전망치였다.

만약 이번 이란 사태로 연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수준(약 56.3% 상승)까지 오를 경우를 가정하면 물가는 최대 3% 중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는 원유 수입과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GDP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누적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주요국 중에 가장 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6.7% 올랐다. 장중 배럴당 82.37달러로 13% 급등하며 지난해 1월 이후 1년여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금이나 달러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진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의 수요는 줄고, 이는 곧 환율 상승 압력이 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6원 오른 1462.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약 5주 만에 최고 수준인 98대로 올라섰다.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수급 불균형 등으로 지난해 6월(1366.95원) 이후 6개월 연속 오르며 12월에는 1467.4원까지 찍었다. 올해 들어 환율은 1월(1456.51원) 하락 전환한 뒤 2월에는 1449.32원으로 재차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2% 떨어지며 지난해 8월(1.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간 물가 오름세를 견인하던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멈춘 영향이었다.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높아진 환율을 낮은 유가가 상쇄하면서 물가 상승이 억제됐는데, 앞으로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면 물가도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원부자재의 수입 물가가 더 크게 오르면서 기업의 생산비용도 높아진다.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수출액은 0.39% 줄고, 수입액은 2.68%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 인하’ 기조 종료를 공식화하면서도 인상 가능성은 계속 일축해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제시한 점도표에서도 총 21개의 점 중 1개(4.8%)만이 향후 6개월 뒤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반면 이번 사태로 물가상승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생기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 천연가스 수입량의 약 72%, 35%가 중동산 석유와 천연가스인 만큼 국고채 시장 충격은 미국 대비 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시장 안정에 대한 한은의 의지가 2월 금통위에서 확인됐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전쟁 관련 금리 상승은 일시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란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이란과의 전쟁에)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이 있다”고 언급하며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어 군사 충돌의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화하면 불확실성 높아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 사태가 향후 확전되지만 않으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란 사태가 단기 종결될 경우 현재 경제 상황이 그대로 유지될 뿐 별다른 효과나 추가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면전이나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확산하지 않는 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3일 오전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사태 상황점검 TF 회의’를 열고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한은은 이날 시장 반응과 관련 리스크 전개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당분간 TF를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김벼리·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