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25%’ 중동…확전 우려에 건설사 초긴장

대사관·군·경찰과 ‘핫라인’ 가동
휴가·출장 보류, 비상매뉴얼 공유
확전 땐 500억달러 목표 ‘적신호’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인명 피해나 공사 차질은 없지만, 비상상황 대응을 위해 대사관, 군·경찰 등과 공조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경우, 해외 수주 달성의 적신호는 물론 수익성도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한화 건설부문 등 중동 지역에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들은 현장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이란 현지에서 공사를 수행 중인 건설사는 없어 직접적인 공사나 인명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이 인근 걸프 국가들로도 공격을 확대되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은 1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푸리 유틸리티 현장과 380킬로볼트(kV) 송전공사를, 이라크에서는 해수처리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진출해 있는 중동 지역 현지 대사관과 본사 간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 소통 중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하철, UAE 원전,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 등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라크에서 신항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 또한 “직원 대피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사태 급변에 대비해 육상·해상 등 여러 경로를 활용한 직원 철수 계획은 수립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참전에 따라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어 영향을 다각도로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현지 대사관, 이라크 군 ·경찰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비스야마 신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 중으로 현지 체류 중인 임직원 및 가족들은 172명이다. 해당 사업장은 변경계약 승인이 지연돼 공사가 중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빠르게 이란 사태를 피한 곳도 있다. DL이앤씨는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둔 국내 유일 건설사로 꼽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과거 이란 지역에서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업무 지원 차원에서 지사를 유지 중”이라면서도 “연초에 선제적으로 인력이 철수해 제3국에서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피해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건설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472억7000만달러로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동 수주액은 118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25.1%를 차지했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500억달러로 제시한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에서 메가 프로젝트를 따내며 ‘제2의 중동붐’을 누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왔었다.

서정은·홍승희·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