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한숨 깊어지는 식품업계

정부 압박에 설탕값 인하 잇달아
소비자가격은 그대로…효과 제한적
“실적 부진에 부담만” 식품사는 속앓이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진열된 설탕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소비 부진과 원재료 가격 부담에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이 더해지며 식품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설탕값이 16.5% 내렸는데, 설탕을 쓰는 상품은 가격을 그대로”라며 “소비자는 혜택을 못 받고, 공정위가 열심히 한 결과물을 업체들이 독식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가 전분당 업체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하자, 관련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인하했다. 이 대통령이 담합을 ‘암적 존재’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소비자 가격뿐 아니라 일부 기업 납품 설탕 가격도 최대 6% 인하됐다.

식품업계는 설탕 가격이 소비자가 인하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품 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코코아·유지류 등 다른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인건비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1~2개 가격이 내렸다고 곧바로 제품 가격을 내리긴 어렵다”면서 “지난해 코코아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에 반영될 정도로 부담이 컸고, 인건비·유류비·전기·수도료 등 제반 비용까지 모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할인 행사 등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초콜릿을 고르고 있다. [연합]


다른 관계자도 “제당·제분사가 1차로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2차 제조사에 반영되고, 다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가격 책정 요인으로 검토될 수 있지만, 기존 메뉴 가격을 바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가격 조정 단위를 고려하면 체감 효과는 더 제한적이다. 식품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에서 소비자가격을 조정할 때는 보통 50원·100원 단위로 움직이는데, 설탕 가격 인하로 제조업체가 부담을 덜 수 있는 수준은 50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격을 조정할 만큼 유의미한 변동 폭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의 실적 흐름도 어둡다. 지난해 롯데웰푸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3% 감소한 1095억원이었다. 오뚜기 역시 20.2% 감소한 17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한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32.7% 줄었다.

주류·음료 업계도 마찬가지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영업이익 16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6% 줄었다. 하이트진로는 1721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은 이해하지만, 제조업체에만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식품사 관계자는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손해를 감수하며 장사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이 산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