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도 존중받는 느낌, 처음이었어요” 취업 한파 녹인 한화손보 캠프 온기

입사 6개월차 신입이 직접 기획한
‘금융권 유일’의 실전형 취업캠프
1000명 넘는 지원자 중 46명 선발
자소서 첨삭·모의면접·증명사진까지


24일 충북 충주 수안보 한화손해보험 라이프캠퍼스에서 열린 ‘취업캠프’에서 박수민(왼쪽부터), 김찬수, 금혜선 참가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제공]


“구직 활동을 하면서 기업은 늘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선 취준생의 눈높이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헤럴드경제(충주)=박성준 기자] 24일 충북 충주 수안보 한화손해보험 라이프캠퍼스에서 열린 ‘취업캠프’에 참가한 박수민(20학번) 씨가 한 말이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경기 둔화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른바 ‘00년대생’ 취업준비생이 느끼는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한파 속에서 한화손보가 개최한 금융권 유일의 실전형 취업캠프는 취준생들에게 온기를 전했다.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가더라도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취지로 기업이 먼저 취준생의 눈높이로 내려와 손을 내민 자리였다.

이번 캠프는 3박 4일 합숙 형태의 실전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지원자만 1000명이 넘었고, 한화손보는 600여명의 원서를 검토해 46명을 최종 선발했다. 모집 분야는 여성 건강·웰니스 기반 마케팅을 다루는 ‘펨테크(Femtech)’와 ‘사이버보험’ 두 가지다. 자소서 첨삭, 모의면접, 면접 화법 교육, 이미지 메이킹, 증명사진 촬영까지 채용 전 과정을 인사담당자와 파트장급 실무자 13명이 직접 점검하는 구조다. 우수 참가자에게는 서류전형과 1차 면접 면제 혜택도 주어진다.

“내가 취준생일 때 가장 답답했던 것”…신입사원이 그린 캠프


24일 충북 충주 수안보 한화손해보험 라이프캠퍼스에서 열린 ‘취업캠프’에서 김채원 한화손보 인재개발파트 사원이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제공]


이번 캠프를 구상한 건 한화손보 입사 6개월 차인 김채원 인재개발파트 사원이다. 직접 취업 전선을 거친 신입사원이 ‘내가 준비할 때 가장 답답했던 것’을 프로그램에 녹여냈다. 자소서 평가 항목과 감점 요소를 참가자에게 공개하자는 제안도 그에게서 나왔다. 김 사원은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실제 공채 모의 면접을 진행하는 곳이 업계에 전혀 없었다”며 “취업을 가까이서 겪은 직원이 기획했기 때문에 취준생의 실제 고충에 맞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회사도 적극 지원했다. 김호영 한화손보 인재개발파트장은 “처음엔 보다 적은 인원으로 (캠프를) 진행하려 했는데, 회사에서 ‘좋은 취지니 더 많은 분을 모시자’고 해서 최대한의 인원을 모시게 됐다”고 했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형태의 캠프를 여는 곳은 한화손보가 유일하며, 여타 대기업군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찾기 어렵다.

김 사원은 “학교 프로그램은 ‘요즘 기업에서는 이렇게 채용한다더라’ 수준의 트렌드 소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실제 채용 기준, 감점 요소까지 함께 공유했다”고 했다.

밤 11시 반까지 꺼지지 않은 불…뜨거웠던 캠프 현장의 열기


24일 충북 충주 수안보 한화손해보험 라이프캠퍼스에서 열린 ‘취업캠프’에서 한화손보 직원이 취업준비생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제공]


캠프 2일 차인 이날 오전에는 인사담당자와의 채용 정보 공유와 자소서 작성이, 오후에는 대기업 인적자원개발(HRD) 컨설턴트 출신 유튜버 ‘컨설팅은나래’의 면접 연설 강의가 이어졌다. “자기소개는 다섯 문장, 1분 이내”라는 팁이 나오자 참가자들은 곧바로 손가락을 접으며 연습에 들어갔다.

열기는 교육장 밖에서 더욱 뜨거웠다. 첫날 오후 7시께 예정된 네트워크 활동 시간은 애초 30분짜리 질의응답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네트워킹의 밤은 오후 11시 반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보드게임을 꺼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김 파트장은 “‘더 늦으면 내일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긴다, 다 같이 들어가자’고 할 때까지 이어졌다”면서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자리라 결이 달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참가자들이 캠프에서 얻은 건 단순한 정보만이 아니었다. 취준생들이 외부에서 접할 수 있는 채용 정보는 대부분 인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2~3년 차 선배의 경험담이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였다. 김 파트장은 “그런 혼란을 해소해 주고 싶었다는 게 캠프의 첫 시작”이라고 했다.

캠프에 참가한 금혜선(21학번)씨는 취준생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피드백의 부재’를 꼽았다. 금 씨는 “인사담당자뿐 아니라 직무 파트장급 실무자가 자소서를 하나하나 보고 피드백을 줬고, 수정 후 다시 점검받는 과정까지 있었다”며 “아무 데서도 해본 적 없는 귀중한 시간”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찬수(19학번)씨는 “쉬는 시간에도 취준생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터놓았다. 그러면서 “취준 스터디를 만들려고 해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과 모일 때가 많은데, 여기 참가자들은 한화에서 이미 한 차례 필터링을 거친 검증된 사람들”이라며 “이들과 고민을 나눔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손보 취업캠프, 채용 브랜딩 넘는 ‘좋은 선례’ 될까


24일 충북 충주 수안보 한화손해보험 라이프캠퍼스에서 열린 ‘취업캠프’에서 취업준비생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한화손보는 금융권 유일의 실전형 취업캠프를 열어 46명의 취업준비생에게 자소서 첨삭부터 모의면접, 증명사진 촬영까지 채용 전 과정을 지원했다. [한화손해보험 제공]


한화손보가 이번 취업캠프를 기획한 데는 채용 브랜딩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펨테크와 사이버보험은 모두 한화손보가 주력으로 키우는 사업이다. 미래 유망 분야의 인재풀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면서도 범용적 자소서 질문을 제공하고, 타사 취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설계한 점은 단순한 자사 채용 홍보를 넘어서서,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 기업이 취준생에게 손을 먼저 내민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 한화손보는 참가자 만족도를 살펴본 뒤 이 캠프를 향후 정례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 파트장은 “채용하는 곳도 많지 않은 데다, 기업이 이렇게 나서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라면서도 “보험사로서 사람들에게 이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