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철강 과소평가…‘기동적 전술’로 극복해야”

박용삼 포스코 센터장 단독보고서
‘피크 차이나’ 없이 9억톤대 유지
中 철강 수출도 역대 최고치 경신
중심축 전략·기동 전술 병행해야



포스코그룹의 싱크탱크인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이 지난 10년 글로벌 철강시장을 되짚으며 “중국 철강의 끈질긴 회복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01년 이후 25년째 포스코에 몸담으며 철강 산업을 지켜본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센터장은 지난 20일 ‘격동의 철강, 10년 전(前)과 10년 후(後)’ 보고서를 발간했다. 센터장이 직접 단독 보고서를 내는 경우는 드문 일로, 박 센터장은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펜을 들었다.

이번 보고서는 2015년 당시 주요 기관들이 내놓았던 ‘10년 후 철강시장’ 전망과 2025년의 현실을 비교·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센터장은 지난 10년(2015~2025년)을 “글로벌 철강산업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을 넘어 지정학과 정책, 기술 변화가 산업 지형을 뒤흔든 구조적 격변기였다는 평가다.

예측의 범위를 가장 크게 벗어난 대목은 ‘피크 차이나(Peak China)’ 시나리오다. 2015년 당시에는 중국 경제의 구조 전환과 부동산 경기 둔화를 근거로 철강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중국 수요가 연평균 1.3%씩 줄어 2025년엔 6억톤 안팎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중국의 철강 수요와 생산은 9억~10억톤대를 유지하며 예상보다 훨씬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그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지속 ▷전기차(EV)·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급성장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제조업 고도화 ▷내수 부진을 수출로 돌파한 ‘밀어내기식 수출 전략’ 등이 꼽혔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글로벌 공급과잉을 해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2015년 무렵만 해도 중국 정부의 ‘공급 측 개혁’이 노후 설비를 정리하고 생산을 줄이면서 과잉 설비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철강 잉여 생산능력이 2027년까지 7억톤을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철강사들은 내수 부진을 감산이 아닌 수출 확대로 대응했다. 2024년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1800만톤으로 2015년(1억1000만톤)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OECD 국가의 10배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은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며 이른바 ‘좀비 기업’의 생존을 떠받쳤다. 중국 내 설비 증설이 규제되자 자본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으로 이동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났다. 그 결과 공급과잉은 해소되기는커녕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무역의 정치화와 탄소 장벽의 부상으로 철강 무역 질서도 급변했다. 10년 전만 해도 기후 변화는 환경 규제 차원의 이슈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수단으로 변모했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철강 무역의 기준을 ‘가격 경쟁’에서 ‘탄소 경쟁’으로 바꾸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곧 비용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고탄소 생산국의 가격 우위는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철강 관세 정책 역시 시장 환경을 크게 흔들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도입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유지됐고, 지난해 출범한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 교역은 자유무역 체제에서 보호무역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했으며, 글로벌 단일 시장보다는 지역 블록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박 센터장은 앞으로의 10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수요는 구조적으로 둔화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탈탄소 전환 가속, 시장의 지역화 심화, 무역 장벽 고착화 등은 철강사들의 수익성과 전략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실행 과제로 ‘중심축 전략’과 ‘기동적 전술’의 병행을 제시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보호주의 확산을 상수로 두고 중장기 방향을 일관되게 설정하되, 저탄소 기술 상용화 속도나 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강도와 속도는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10년 전 전망은 큰 방향에서는 맞았지만 속도와 강도, 지정학적 변수에 대한 과소·과대평가가 있었다”며 “철강산업은 이제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구조적 대격변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10년 역시 거시적 흐름에는 동의하되 구체적 시점과 수치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 오버플로 상시화와 보호주의 고착화를 전제로 한 ‘중심축 전략’과, 저탄소 시장 개화 시점과 수소·재생에너지 인프라 변수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정하는 ‘기동적 전술’을 균형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