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연장 ‘원천 봉쇄’ 가닥

규제지역 아파트 우선 금지 검토
비거주 다주택 대출 LTV도 축소
만기 앞둔 임대사업자 직격탄 예상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대출 연장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규제 강화를 검토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을 신규 대출과 동일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따른 조치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전면 금지돼 있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임대사업자 신규 대출 규정을 연장에도 그대로 적용하되 시장 충격을 고려해 대상 주택유형을 아파트로 한정하거나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상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6면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4일 오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3차 회의를 연다.

앞선 두 차례 회의에서 다주택자 대출 취급 현황과 만기 구조, 대출 심사 프로세스 전반을 확인했다면 이번 회의에서는 대출 연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 연장을 사실상 봉쇄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청와대 차원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대출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며 확실한 규제 수단 모색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주택 신규 건설과 무관한 매입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은 0%로 신규 취급이 전면 금지돼 있다.

다만 세입자 영향이나 시장 충격 등을 고려할 때 기존 대출을 일괄 중단하긴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만기 연장이 막히면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는데 차주가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세입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고 부동산은 경매로 넘어가는 등 금융과 부동산 시장 전반이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으로서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의 세부 설계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심하게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제안대로 대출을 분산 상환하도록 하거나 지역·주택 보유 수·주택유형 등에 따라 차등 규제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이 막히면 당장 임대사업자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 확대를 예고하면서 현장에서는 대출 만기를 앞둔 다주택 차주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조만간 만기 연장이 필요한 다주택 대출 고객의 전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다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없고 은행의 구체적인 방침도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답변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희·유혜림·정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