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35%, 수입 없는 고령층
대출 규제 일괄 적용 땐 생계 위협
정부, 지역·유형 등 ‘핀셋규제’ 할듯
다주택자를 향한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생계형 임대사업자’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연립·다세대로 임대소득을 얻고 살아가는비(非) 아파트 고령층 임대사업자는 대출 상환 압박이 커지면 최악의 경우 파산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재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 지역에 한해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규 대출에 적용 중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 규제를 만기 연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에 이자상환비율(RTI) 기준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왜 RTI 규제만 검토하냐”면서 관행적 대출 만기 연장을 손볼 것을 지시한 것에 맞춘 움직임이다.
문제는 임대사업자의 대출이 개인과는 구조가 다르다는 데 있다. 임대사업자는 통상 3~5년 만기로 대출을 받아 1년 단위로 연장한다. 개인이 30~4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과 달라,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 시 신규 대출 규제를 적용하게 되면 즉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임대사업자 중 임대수입으로 생활하는 은퇴한 고령층 비중이 높다는 점도 규제 강화 시 고려해야 될 점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60대 이상 부동산임대업자는 123만7494명으로 전체 고령층 사업자의 35.2%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임대사업자 A씨는 “현재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는 사실상 주택담보비율LTV 0%에 가까운 대출 규제로 인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과 자금 순환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급격한 대출 상환 압박이 발생할 경우 연쇄적으로 파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아파트의 경우 처분하고 싶어도, 매수 수요가 적어 정부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은 전세사기 여파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환금성 등도 아파트보다 낮아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규제까지 아파트와 동일하게 적용되면, 수요는 더 낮아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는 “팔고 싶어도 (연립·다세대는) 팔리지 않아 임대를 놓고 있는 것”이라며 “퇴로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도 주택 유형과 소재지를 세분화한 ‘핀셋 규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기 연장 시 LTV 0% 규제가 기준이 확대되면 사실상 대출을 갑자기 갚아야 하는 셈인데, 매도가 쉽지 않은 비아파트에 한해 선별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같은 사정을 고려한 새 규제를 내놓더라도, 민간 임대시장은 추세적으로 움츠러들 전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2일 페이스북에 비거주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출 규제과 그로 인한 임대 공급량 감소는 공공이 맡게 될 것을 시사하는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투자 목적의 레버리지가 금융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면 그 위험은 사적인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 목적 레버리지 축소로 인한 공백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장기 안정 임대를 제공하는 기관형 사업자의 육성, 공공·준공공 임대의 확대, 거주 목적 장기 고정금리 금융의 체계적 공급은 대안적 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임대인연합은 25일 ‘1인 가구와 무주택 서민의 비아파트 임대주택 탄압 규탄 집회’를 진행한다. 한국임대인연합은 이번 집회에서 ▷전세자금대출 완화 ▷담보 대출 완화 ▷전세금반환보증·임대보증금보증의 한도 현실화 ▷서민임대주택의 주택 수 제외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홍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