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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사람에게 전화 통화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나이와 무관하게 "이메일과 문자가 통화보다 편리하기도 하고 업무상 증거를 남기기에도 적합하다"라며 "목소리나 표정에 따른 오해도 없고 말실수도 줄일 수 있으며 작성 후 자세히 재검토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업무가 됐건 아니면 사적 용무가 됐건 실제 전화통화를 한 지가 꽤 오래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화 기록을 봐도 걸려온 전화나 건 전화 모두 극소수이며 문자함과 이메일은 이런 저런 메시지로 넘쳐나고 있었다.
미국의 전화통화건수는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월스트릿저널(WSJ)이 미국 무선 통신산업협회(CITA)의 자료를 인용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모바일 앱의 데이터 사용량은 2012년 1조 5,000억 메가바이트에서 2022년 73조 7,000억 메가바이트로 50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유선전화 사용량은 사실상 0에 수렴하고 모바일 디바이스의 음성 통화 시간도 공급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8.7% 만 늘어나는데 그쳤다.
인구조사국 센서스에서도 미국 성인 중 약 66%는 일주일간 통화량이 4통 이하이며, 성인 20%는 1주일에 단 1통화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새 전화 통화는 일상적인 일이 아니며, 지인들과 안부 여부 조차 통화가 아닌 문자나 이메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메일과 문자의 단점도 있다. 간단한 전화통화로 해결될 수 있는 일처리가 상대방의 메시지 확인 여부에 따라 지연되고 상대방과 거리감을 느끼거나 뭔가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나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특히 규정상 반드시 전화를 통한 신원확인 및 동의·비동의로 계약 해지 등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한 기업의 외부 용역 담당자는 "전화 통화가 무서워 계약해지를 하지 못해 장기간 필요 없는 추가 비용을 지불했는데 감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될까봐 불안하다"라고 털어 놓을 정도다.
통화공포증이 연령과 무관하게 확산되다 보니 일부 기업은 이 문제에 대한 워크샵까지 열고 있다.
직원들에게 전화 매너를 포함한 다양한 디테일을 전달하고 규정 대로 전화통화를 하도록 유도하며 통화 내용을 검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최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