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트럼프, ‘관세 10%’ 카드 정조준…韓경제, 또다른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놨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대체 관세를 꺼내 들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서명했다. 상호관세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법적 근거 잃게 된 한국산 제품 관세 25%…‘대미 투자’ 합의 조정되나?


당장 한국산 제품에 관세를 25%로 올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주력 수출품목들에 높은 품목관세가 적용된다면, 무효화된 상호관세와 동등한 수준이거나 더 강한 관세 압박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한국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외환·금융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대미투자 합의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로부터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약속’을 끌어낸 관세 압박 자체의 법적 근거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그간의 합의들이 조정될 여지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쓸 수 있는 통상 카드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합의한 룰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미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는 우리 조선업에도 돌파구로 꼽혔다는 점에서 대미투자의 전면 무효화가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어렵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전 세계 금융 시장도 요동…‘관세 환급’ 새 문제로


대법원의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응수가 연달아 발표되는 가운데 전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장 마감을 앞두고 주요 지수들이 판결 발표 직후 몇 분 만에 급등했다가 하락하며 등락을 반복했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특히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09%, 30년물 국채 금리는 4.74%까지 올랐다. 통상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면, 대체 투자처로 꼽히는 귀금속 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5.8% 상승한 82.92달러를 기록했고, 백금과 팔라듐 현물가는 각각 4.5%, 4% 올랐다.

금 현물은 1.5% 상승한 온스당 571.4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 [게티이미지뱅크]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환급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고율의 관세를 지불한 기업들이 이번 판결로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세부 지침이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에버코어는 “대법원이 환급 지침을 주지 않아 그 과정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며, 그 자체로 법적·행정적 수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를 기대하겠지만, 이 역시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올루 소노라 미국 경제 부문장은 “관세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관세율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가격 인하를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