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담당’ 한미FTA 이행팀장, 서기관급…관련부처 조율하기에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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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관세 재인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정작 대미무역협상을 담당하는 실무국장은 6개월째 공석이다. 또한 대미무역협상의 한 축인 비관세장벽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은 서기관이 이끄는 팀으로 관련부처에 얽혀있는 현안을 조율하기에는 직급이 낮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통상정책국장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6개월째 임명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통상정책총괄과장이 6개월째 국장직무대리를 하면서 1인2역을 하고 있다.
통상정책국장은 통상정책총괄과,미주통상과(한미FTA 이행 등 총괄), 한미통상협력과, 구주통상과, 중남미대양주통상팀 등을 총괄하는 통상본부의 핵심자리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및 통상현안 등 대미 통상 현안을 담당하는 실무국장이다. 지난해 한미무역협상타결관련 문서 영문 감수도 꼼꼼히 챙겨야하는 직책이다.
즉, 통상교섭본부장이 대미무역협상의 전략과 전술같은 큰 방향을 제시하면 통상정책국장이 이에 대한 실행과제를 비롯한 이행절차, 타결문 검수 등 협상관련 모든 사항을 점검해야한다. 이같은 중요한 직책을 6개월째 비어놓고 있다보니 대미무역협상에 빈틈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나는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표를 철회하기 위한 한미무역협상 초점이 ‘비관세 장벽’ 문제로 옮겨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농산물, 구글지도 등 비관세 장벽 이슈들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 입장이 통상당국과 첨예하게 상반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한미 양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비관세 장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작년 관세 및 대미 투자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하고, 비관세 장벽 이슈는 한미 FTA 공동위를 열어 정리하기로 했다.
이후 양국은 비관세 장벽 문제 논의를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했으나, 협의가 길어지면서 공동위 개최는 한 달 넘게 밀린 채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 한미는 식품 및 농산물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등 현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양국이 작년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검역 절차, 위해성 검사’ 등 분야의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시장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조인트 팩트시트를 근거로 미국이 한국에 식품·농산품 시장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한미는 관세 협상 관련 공동 설명자료에서 농·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 효율화, 미국 신청 건의 지연 해소,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U.S. 데스크’ 설치, 미국산 육류 및 치즈에 대한 시장 접근 유지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어 미측이 이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진전된 조치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 담겨 있는데,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입법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이미 미국 내에서 나온 바 있다.
양국은 이 밖에도 지식재산권, 노동, 환경 규제, 수산 보조금, 공급망 공조 강화 등의 분야 현안을 놓고도 협상하고 있다.
이처럼 비관세 장벽 협상은 관세 및 대미 투자 등 굵직한 문제를 놓고 ‘빅딜’이 가능했던 지난해 관세 협상보다 훨씬 많은 쟁점을 다뤄야 하고, 분야별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술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만큼 통상 당국이 미측의 다중 압박 속에 이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관세업무는 통상정책국장의 지휘 아래에 있는 미주통상과 소속인 한미FTA 이행팀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한미FTA이행팀장은 행정고시 55회 서기관급으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째 맡고 있다. 여기에 대미협력TF팀장(과장급)이 비관세업무를 관여하는 구조다.
관가 일각에서는 비관세 장벽 협상을 앞두고 해당부처마다 엇갈린 의견을 조율하기에는 담당자들의 직급이나 조직이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도 비관세장벽협상은 미 무역대표부(USTR)를 상대해야한다는 점에서 협상단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USTR는 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입사 이후 줄곧 통상 관련 업무만 담당한다. 10~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 즐비하다. 실제로 USTR은 19개 관련 기관으로 이뤄진 무역정책심의그룹(TPRG)을 총괄·지휘한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장수가 없는 상태로 전쟁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또한 본격적인 비관세장벽 협상을 앞두고 조직과 위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관세장벽은 해당부처들의 이견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감안, 통상본부에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강력한 맨데이트(권한)를 주고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