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매출 236% 급증·상위 3사 점유율 80%…“가격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
![]() |
| 서울의 한 마트 진열대에 비치된 월경용품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 여성의 생리용품 월평균 지출이 3만7300원 수준으로 주요 국가 가운데 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안팎에서 ‘저가 생리대 생산 장려’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 인하만을 목표로 한 정책은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점 시장 구조와 안전성 논란에 따른 소비자 불신이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면서다.
16일 나라살림연구소의 ‘국내 생리대 가격 구조와 저가 생리대 생산 정책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리용품 월평균 지출액은 25.40달러(약 3만7300원)로 조사 대상 107개국 중 높은 수준이다. 국내 생리대 가격은 해외 제품보다 개당 평균 195.56원(39.55%)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그러나 단순한 생산단가 문제가 아닌 ‘시장 구조’와 ‘안전성 신뢰’가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등 상위 3개사가 약 80%를 점유하는 과점 구조로, 대형 광고와 브랜드 중심 마케팅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2017년 화학물질 논란 이후 소비 패턴이 급변한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2018년 기준 일반 생리대 매출이 7% 감소한 반면 유기농 제품 매출은 236% 급증했다.
일반 제품 평균 가격이 개당 331원 수준인 데 비해 친환경·유기농 제품은 500~800원으로, 월 지출이 1만4000원에서 최대 2만4000원까지 42~64%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소비자가 안전을 비용으로 구매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생리대는 장시간 인체에 접촉하는 위생용품인 만큼 가격 인하만을 목표로 저가 생산을 확대할 경우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논란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시민단체 간 해석 차이가 이어지며 소비자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월경 빈곤 대응 정책의 실효성 문제도 드러났다. 청소년 생리대 바우처 사업의 실집행률은 2021년 84.6%에서 2022년 65%로 떨어졌다가 2023년 80%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지자체는 예산 매칭 문제로 보편 지급에 참여하지 않아 지역별 지원 격차도 발생했다.
보고서는 향후 정책 방향으로 ▷원료 성분 공개 확대와 장기 영향 평가 도입 ▷과점 구조 개선과 유통비용 축소 ▷공공기관이 최소 안전 기준을 제시하는 ‘기본형 생리대’ 모델 검토 등을 제시했다. 광고·유통 비용을 줄인 ‘비마케팅 생리대’ 구조가 실질적인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제언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저가 생산 장려는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라며 “어떤 제품을 선택하든 안전하다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