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국 줄지어 트럼프와 관세 협상 시도
美, 현안 포괄협상하는 ‘원스톱 쇼핑’ 제시
美재무 “70개국 요청” 伊총리 17일 방미
美, 현안 포괄협상하는 ‘원스톱 쇼핑’ 제시
美재무 “70개국 요청” 伊총리 17일 방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0시1분(한국시간 9일 13시)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대미 흑자를 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우선시 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일본처럼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에 우선 집중하면서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의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다루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으로 표현한 포괄협상을 제시해 관심이 쏠린다. 보복관세로 대응한 중국에 대해서는 104%에 달하는 ‘본보기성’ 관세를 동원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28분간 통화하고 관세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하루 전날인 7일에는 주요 우방인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25분간 통화한 후 미국의 대일 관세 인하를 위한 실무 협상 채널 개설에 합의했다. 미국이 관세문제와 관련 양국의공식 협상단을 만든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권한대행과 통화에 대해 “(한미) 양국 모두를 위한 훌륭한 합의의 윤곽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여러 국가가 미국에 무역장벽 완화와 무역수지 개선 등을 약속하며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약 70개국이 협상을 요청해 협상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교역 파트너 다수가 줄 섰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70개 가까운 국가가 협상을 위해 미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최고의 제안을 갖고 오면 들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긴 또다른 주요 동맹이자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와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이유로 지난 2월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협상을 계속해왔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이 많아 협상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해온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U 회원국 중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오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쉽게 굴복시킬 수 없는데다 미국에 관세로 맞대응하고 있어 미국이 다른 주요국을 해결한 뒤 총력을 다해 상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한국과 일본에 양보를 압박해 관세를 일부 인하하는 합의를 타결한 뒤 이를 성과로 홍보하고 다른 국가에 ‘보복보다 협상이 유리하다’는 본보기로 내세우려고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협상을 통한 관세 인하 여부에 확실히 답하지는 않으면서도 협상할 여지가 상당하다는 입장을 계속 시사하며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은 “그들이 확실한 제안서를 갖고 협상 테이블에 오면 좋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다른 나라들이 “상호주의를 달성하고 우리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관세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은 단기에는 면제나 예외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해 당분간은 관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바가 불분명하며 관세를 통한 세수 확대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 등의 목표가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관세 장벽을 세우는 궁극적인 목표는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지만 그사이에 우리는 상당한 관세를 징수할 것”이라며 “우리가 성공한다면 관세는 녹아내리는 얼음덩이(melting ice cub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처음에는 관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중요하겠지만, 점차 미국에 공장과 일자리가 늘면 관세 수입이 감소하는 대신 소득세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철·김빛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