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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 인사로 남긴 마음…손편지로 읽는 한국미술 97년

1962년 9월 4일 김환기가 신종섭에게 보낸 엽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군내에 여러 동지들이 있어 적적하지 않을 줄로 아나 예술을 향한 꿈은 견디기 힘든 고독의 골목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네. 부디 명랑하고 아름다운 꿈을 잊지 말게나. 자네들은 훌륭한 예술가가 될 것일세.”

김환기 화백이 군대에 간 제자 신종섭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유려한 필체로 써 내려간 편지에는 시적인 감성과 따뜻한 위로가 스며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이우환이 선배 이세득에게 띄운 편지에서는 진심 어린 고마움이 전해진다. “저에게도 고국에서 따뜻이 아껴주고 감싸주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은 더없이 기쁘고 든든한 일입니다.”

오는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만, 총총: 미술인의 편지’는 1927년부터 2024년까지 97년간 오간 미술인들의 편지를 한데 모은 전시다.

백남준과 그의 아내 구보다 시게코를 비롯해 김기창, 김환기, 박서보, 백남순, 오광수, 오지호, 이우환, 장우성에 이르기까지 작가와 평론가, 갤러리 대표 등 미술인들이 주고받은 편지와 봉투, 엽서 136점을 살필 수 있다.

전시 제목에 담긴 ‘총총(悤悤)’은 편지글을 마무리할 때 쓰던 작별 인사로, 순우리말로는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의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전시는 ‘총총’을 이정표 삼아, 단순한 서간을 넘어 미술가들의 삶과 시대를 입체적으로 비춰낸다.

특히 전시에서는 백남준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이전인 1968년, 잡지 ‘공간’ 편집부에 ‘뉴욕 단상’ 친필 원고를 보내며 오광수 편집장에게 보냈던 편지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시는 8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