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피해 고교생 유족 손배소송 승소
법원, 가해학생 10명에 공동 배상 판결
법원, 가해학생 10명에 공동 배상 판결
2021년 6월, 광주의 한 고교 2학년 학생이었던 A군은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날 아침 그는 가족에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했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 전날 A군은 유서를 남겼다. A군은 ‘엄마 아빠 많이 놀라셨죠.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계속 살아가면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들 것 같아요’라고 적었다. 이어 친구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나 학교에서 맞고 다니던 거 X팔리고 서러웠는데 너희 덕분에 웃으면서 다닐 수 있었어’라고 했다.
이 사건은 A군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을 올리며 공론화됐다. 당시 21만명이 청원에 동의해 청와대가 답했다. 당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헤럴드경제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유족이 가해학생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학교폭력과 A군의 자살 사이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가해학생 10명과 이들의 부모가 공동으로 유족에 약 2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학교폭력은 1년 이상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졌다. 가해학생 10명은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군을 상습 폭행하고, 기절을 시키고, 성추행하고, 심부름을 시켰다.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아들의 사망 배경에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유족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A군의 친구 부모가 유족에게 가해 동영상을 보여줬다. A군이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는 영상이었다. 목을 조르던 가해학생 중 한 명은 A군의 장례식장에서 운구를 할 예정이었다. 유족은 영상과 유서를 근거로 경찰에 신고했다.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에서 유족은 “아들이 매일 웃으며 퇴근길을 반겨줬다”며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던 녀석인데 혼자 참고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가해 학생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A군의 어머니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아들에게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어머니는 “아들아, 네가 엄마한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랬지. 일주일만 슬퍼하고 담엔 웃고 다녀주라고. 엄마가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네가 너무 그립거든”이라고 적었다. 이어 “대신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라고 했다.
교육청 조사 결과 사건 초기 학교 측에서 학교폭력 처리절차를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학생부장에게 정직 1개월의 중징계가 확정됐다. 교장도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담임교사도 견책을 받았다.
담임교사는 A군이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해 가해학생들을 학생부로 보냈다. 하지만 학생부장은 이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하거나 접수하지 않았다. 교장이나 A군의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학교폭력이 발생한 1년 동안 교장, 교감, 학생부장, 교사들 모두 학교폭력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4명만 실형…징역 1년~2년 6개월 불과=형사재판에서 가해자들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에서도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유죄가 인정됐다. A군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4명에 대해서는 실형이 확정됐다. 2023년 3월, 대법원에서 이들의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처벌 수위는 징역 1년~2년 6개월에 그쳤다.
가장 무거운 처벌도 징역 장기 2년 6개월에 단기 2년에 그쳤다. 소년법상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법원은 형량의 상·하한선을 둔다. 징역을 장기와 단기로 나눠서 선고하되, 일단 단기형까지 지켜보고 교화 여부에 따라 장기형을 모두 치르지 않더라도 석방하는 식이다.
가해자 10명 중 네 명에게는 장기 기준 징역 1년~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한 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세 명에게는 벌금 300만~500만원이 확정됐다. 나머지 두 명은 소년부로 송치됐다.
▶법원 “가해학생 10명, 유족에 2억7000만원 배상”=23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최근 유족이 가해학생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가해학생 10명과 이들의 부모가 공동으로 약 2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진주지원 제1민사부(부장 정치훈)는 “가해 행위와 망인(A군)의 자살 사이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가해학생들은 1년 넘게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군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괴롭혔다”며 “이런 행위는 당시 만 15~16세에 지나지 않았던 망인의 자존감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삶의 의지를 상실시킬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가해학생들은 망인이 학교폭력을 신고하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이용해 가해행위를 장난으로 치부하며 괴롭힘을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액으로 약 2억7000만원을 결정했다.
법원은 일실수입(극단 선택하지 않았다면 정년까지 벌 수 있었던 수입에 생활비를 제외) 5억여 원에 장례비 900만원을 배상액으로 봤다. 다만 이를 50%만 인정하며 “유족도 망인의 정신적 고통을 면밀히 관찰하거나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위자료는 1억원이 인정됐다.
총 3억7000여 만원이 계산됐으나 최종적으로 1억원이 깎였다. 가해자들이 형사재판 과정에서 유족에 공탁한 금액 1억원이 변제됐다.
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