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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형’서 ‘차세대 리더’…존재감 높인 이강인

북중미월드컵 예선 최종전 추가골
한국, 16년만에 ‘예선 무패’ 본선행
‘젊은피’ 구심점…경기 MVP로 선정
“홍명보 감독, 우리 보스…도와달라”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에서 이강인이 2-0으로 달아나는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연합]

‘막내형’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경기장 안팎에서 무게감 있는 활약과 발언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각급 대표팀에서 나이로는 막내지만 맏형 못지 않은 역할을 해서 ‘막내형’으로 불렸던 이강인이 ‘진짜 리더’로서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0차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6분 추가 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대승에 앞장섰다.

B조에서는 한국과 요르단이 각 조 2위까지 주는 북중미월드컵 직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으로서는 11회 연속이자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해 통산 12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또 16년 만에 월드컵 마지막 예선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강인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정복하고 승리의 기운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출전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해 경기력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기우였다.

이강인은 이날 중원에서 황인범(페예노르트), 오른쪽 측면의 전진우(전북), 왼쪽 날개 배준호(스토크시티)와 많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쿠웨이트의 수비진을 거침없이 휘저었다.

이강인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6분 배준호의 킬패스를 받은 뒤 지체없이 왼발슛으로 마무리, 2-0을 만들었다. 3차 예선에서 터진 이강인의 첫 번째 골이다. 상대의 압박 수비에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흐름은 이강인의 골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오현규(헹크), 이재성(마인츠)의 추가골이 이어지면서 4-0 대승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자축했다.

이강인의 존재감은 이날 홍명보 감독이 ‘젊은피’를 대거 선발 기용하면서 더욱 돋보였다. 홍 감독은 ‘영건 실험’을 공언한대로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 전진우(전북), 이한범(미트윌란) 등 2000년대생 안팎 선수들을 대거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강인은 특유의 간결하고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헤집었다. 이강인이 짧은 터치로 수비 2∼3명의 압박을 풀어내고 나올 때마다 홈팬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코너킥과 프리킥 전담 키커로 특유의 예리한 킥력을 뽐냈고 패싱 줄도 날카로웠다. 시즌 막판 오랫동안 벤치를 지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강인은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POM·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이강인의 존재감은 경기장 밖에서도 나타났다. 공식 기자회견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에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이강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과 축구협회에 대해 공격으로 일관하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축구협회 소속이고, 감독님은 저희의 ‘보스’이시기 때문에 이렇게 너무 비판만 하시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 가서 더 잘할 수 있다. 최대한 도와 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이강인은 기자회견 뒤 믹스트존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기자분들,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 쪽에서 축구협회(에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비판하는 건 당연한 부분이지만, 너무 과도한 비판은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내가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오늘 경기장 빈자리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선수들이 좀 더 행복하게, 그리고 많은 분께 더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6만석의 서울월드컵경기장엔 관중이 4만2000명도 채 들지 않았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월드컵 출정식 무대 치고는 썰렁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홍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될 때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이강인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다소 예민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대표팀의 조직력과 사기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할 말이었다는 것이 축구계 안팎의 평가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