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 해외 성공 사례 살펴보니
독일 그린카드로 ‘유럽 제조강국’ 경쟁력 유지
지진·화산 위험 도사리는 구마모토현
인프라·측면지원으로 TSMC 공장 들여와
독일 그린카드로 ‘유럽 제조강국’ 경쟁력 유지
지진·화산 위험 도사리는 구마모토현
인프라·측면지원으로 TSMC 공장 들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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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구마모토에 설립 중인 TSMC 반도체 공장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양대근·김민지 기자] 글로벌 경제 전쟁 속에 전세계적인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수의 기업과 미래 과학 인재 유치전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당초 해외 이민자들에게 보수적인 입장이었던 독일은 2000년대 들어 각종 전문 기술을 보유한 IT 인재에게 5년간 취업을 허가하는 ‘그린카드(특별노동허가증)’ 부여 정책을 펼쳤다. 잠재적 외국 인재에게 자국 기업 근무 기회를 줘 우수한 인적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 등 불황에는 자국 실업자 증가에 따라 비판의 대상이 된 적도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고급 인재를 단기간에 유치해 유럽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전체 과학기술 종사자 중 20%가 외국인인 미국의 경우에도 우수 인재가 유학 후 미국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가족 이민을 지원하고 있다. 석·박사 학위가 있거나 해당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배우자와 자녀도 비자를 준다. 이에 따라 구글과 어도비의 최고경영자(CEO)는 인도계 미국인이, 엔비디아 등 핵심 반도체 기업의 CEO 역시 대만계 미국인들이 각각 차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500만 달러(약 70억원)에 판매되는 이른바 ‘골드카드’를 통해 돈 많은 외국인을 우대하는 이민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2016년 대지진을 겪었던 일본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확정한 것도 대표적인 발상의 전환 사례로 꼽힌다.
인구 170만명의 구마모트는 일본 내에서도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도시 중 한 곳으로로 꼽힌다. 오히려려 인근에는 활화산인 아소산이 있어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하지만 인근 규슈 지역에서 가동 중인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활용한 값싼 전기료와 화산지형 특성상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통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 조건을 충족했다.
여기에 규슈 지역에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의 반도체 장비 관련 강소기업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 됐다. 구마모토 현내 반도체 기업만 200여개에 달하며, 규슈 지역은 일본 반도체 산업 총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지자체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구마모토 현청은 TSMC 파견 직원들을 위해 초·중·고교 모든 과정을 갖춘 국제학교를 확장하고 대만인 통역사를 배치했으며, 일반학교의 영어 교육도 강화했다. 아울러 기존 산업단지를 확장하고 몰려드는 기업과 사람으로 인한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대대적인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나섰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난해 1월 ‘우수 인재 패스트 트랙’ 도입 등 해외 인재 유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외국인 입장에서 너무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인재들의 한국 정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족 단위 이민 지원책도 부실한 상황이다.
법무부가 한국 대학에서 이공계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외국인 졸업생들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가족이 그리워서’(25.5%), ‘본국의 삶의 질이 더 좋아서’(14.3%), ‘한국 비자 변경이 어려워서’(7.1%)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제는 ‘젓가락으로 콩 건져내기보다는 큰 숟가락을 활용하자’는 논리가 필요하다”면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정주여건 개선 등 좀 더 과감한 방법을 통해 해외 대형 반도체 팹(공장)을 국내로 유치하고, 관련 고숙련 근로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큰 삽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