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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라더니 젊은층은 더 찾았다, 우리가 몰랐던 ‘위스키 세상’ [르포]

코엑스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2030세대들, 직접 맛보고 본인 취향 찾아
가격 낮추고 한정판도…젊은층 집중 공략

26일 오후 서울 코엑스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현장. 정석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피트향이 진하고 달콤해 밸런스가 맞네요. 제 취향은 이거에요. 한 병 사야겠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현장. 방문객들은 투명한 시음잔을 들고 위스키 부스를 돌며 전시된 제품의 향을 맡고 맛을 음미했다. 특히 부스마다 20~30대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는 직원에게 질문하거나 메모를 남기는 등 적극적이었다.

위스키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2030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인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직접 찾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업계도 저렴한 가격과 저도수 제품을 선보이며 2030 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위스키 수입량은 2023년 3만586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만7441톤으로 10.3% 감소했다. 올 1~5월도 899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급감했다. 위스키는 코로나19 시기에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과 음료를 섞어마시는 믹솔로지 유행에 힘입어 수요가 반짝 늘었지만,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통채널에서도 위스키 성장세는 주춤하다.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GS25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지난해 성장률(36.5%)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CU도 지난해 성장률이 10%에 달했으나 5월까지 성장률은 5%로 반토막이 났다.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위스키 매출이 전년보다 21% 신장했으나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에 그쳤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2023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였으나 지난해부터 5% 수준으로 성장 폭이 줄었다.

26일 오후 서울 코엑스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현장. 정석준 기자

그럼에도 박람회 현장은 2030세대로 뜨거웠다. 일부 부스는 20명이 넘는 대기줄이 생길 정도였다. 대기 인원의 상당수는 2030대였다. 매년 박람회를 방문했다는 20대 박모 씨는 “처음에는 하이볼로 위스키를 접했는데 이제는 온더록스(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까지 빠졌다”고 했다.

방문객들은 본인 취향의 위스키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시음 후에는 직원과 위스키의 특징과 구매처 등 정보를 공유하고 메모했다. 위스키를 시음한 뒤 마음에 드는 제품을 2병씩 구매하는 이들도 있었다.

위스키 수입사 빅드림의 이귀태 대표는 “시장 자체는 침체했지만, 젊은 소비층은 더 단단해졌다”며 “유명 브랜드보다 본인만 아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나의 위스키 브랜드라도 다양한 종류를 수입해 선택지를 넓히고 디자인까지 고려하면서 젊은 층을 공략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를 겨냥해 저렴한 위스키들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실제 이날 위스키 부스에는 3만원대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원지훈 그리드코리아 세일즈디렉터는 “5만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이 아니면 아예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양극화로 중간 가격대는 인기가 없어졌다”고 짚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국산 위스키도 2030대의 관심을 받았다. ‘기원’ 위스키 부스에서는 도정한 기원 대표를 만나려는 젊은 방문객들도 많았다. 기원은 경기도 남양주에 증류소를 둔 국내 최초 싱글몰트 브랜드다.

26일 오후 서울 코엑스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도정한 기윈 대표가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정석준 기자

기원 부스를 방문한 30대 최모 씨는 “기원 위스키가 나오면 순식간에 완판돼 아직 맛보지 못했다”며 “오늘 위스키를 사고, 도 대표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니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도 대표는 “국산 위스키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며 “한국적인 특색을 살려 젊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가정용 시장에 집중하는 업계의 전략도 엿보였다. 골든블루가 대표적이다. 골든블루는 도수를 36.5도로 유지한 ‘골든블루 쿼츠’를 선보였다. 하이볼 취향 테스트와 칵테일 체험 행사도 선보였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골든블루 쿼츠는 대형마트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며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가정용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업체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케팅 방향을 선회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지난해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3% 인하했다. 위스키 시장이 어려워지자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한국에 ‘조니워커 블론드’, ‘조니워커 블랙 루비’ 등 신제품을 아시아 시장에서 먼저 내놓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희소성과 개인 취향을 중시한다”며 “가격을 낮추고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등 소비자 접점을 넓혀서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6일 오후 서울 코엑스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골든블루 부스. 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