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금융사 자율 개선안 준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선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나서면서 금융권 전반에서 긴장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게 중론이지만 이미 공식 석상에서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일부 금융사는 자율 개선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며 선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교체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개 국내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 달라”고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경과를 소개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과 CEO(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임원의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개선방안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될 것”이라면서도 “좋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미룰 이유는 없다. 필요한 것은 망설임 없이 언제라도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달라”고 당부했다.
TF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전에 현업에서 자체적으로 개선방안을 도출해 적용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은행권을 향한 주문이었지만 사실상 금융지주 전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TF는 3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지배구조법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 등의 주주총회는 3월 중 열리는데 올해에도 CEO 연임, 사외이사 교체 등 지배구조 관련 안건을 다룰 전망이다.
금융권은 이 원장의 이번 발언도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CEO 셀프 연임’, ‘이사회 참호 구축’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문제를 꺼내 들었고 지난달에는 8대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나 소비자보호·정보기술(IT) 분야 사외이사 확충, 이사회 다양성 제고, 이사회 외부평가 강화 등 감독당국이 강조해 온 개선 방향을 중심으로 자율 개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당장 사외이사 교체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사외이사 72%가 3월 말 임기 만료 앞두고 있다. 최장 임기 6년을 채우는 필수 교체 대상자는 윤재원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뿐이지만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등을 검토 중인 정부 기조에 맞춰 상당수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두고 정부 등의 비판적 시각이 크다 보니 내부에서도 3월 초 주총 과정에서 최장 임기에 도달하지 않은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등 이사회가 순환되는 구조를 보여줘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도 전문성 강화 요구 등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당국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전에 섣불리 내부 체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당국이 원하는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며 “당국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개선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