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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영국 정부]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탈레반 재집권 이전 영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사건은 영국 군인 한 명의 이메일 전송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고등법원이 공표 금지 결정을 해제하면서 2022년 2월 발생한 정보 유출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당시 런던 본부에서 아프간인 망명 신청자의 신원 확인 업무를 맡았던 한 해병대원이 2만5000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스프레드시트 파일을 이메일로 잘못 전송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명단에는 영국군과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 약 1만9000명과 그 가족 6000명의 정보가 포함돼 있었고, 이들은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영국 이주를 신청한 상태였다.
이 군인은 상부 지시에 따라 실제 협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현지인들에게 일부 신청자 정보를 보내야 했으나, 실수로 전체 명단이 담긴 파일을 아프간인에게 전송했다.
국방부는 유출 시점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2023년 8월, 한 주민이 이 스프레드시트 파일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고 경고하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비로소 유출 사실을 파악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는 “이걸 공개하고 싶다”는 글과 함께 파일 일부가 페이스북에 게시되기도 했다. 게시자는 아프간인이었으며, 그의 망명 신청은 결국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이 이 사건을 취재를 시작하면서 외부에 상황이 알려질 위험에 처하자 정부는 안보 위험을 이유로 법원에 공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9월 1일 정부 신청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공표 금지 결정을 내렸다. 유출은 물론이고 법원의 결정까지 관련된 모든 상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 15일 영국 고등법원이 비밀 유지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해제하라고 결정하면서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올해 초 정부는 이 혼란을 수습하는 데 드는 비용이 70억 파운드(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텔레그래프는 잘못 보낸 이 이메일에 대해 “역사상 가장 비싼 이메일”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주요 피해자 6900명을 영국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새 비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방부는 이 프로그램 외에 다른 경로로 영국에 정착한 아프간인을 포함하면 총 1만8500명이라고 밝혔다.
유출 명단에 포함된 아프간인 최소 665명은 영국 국방부를 상대로 각각 5만 파운드(93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수천명이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메일을 보냈던 군인이 어떤 징계나 처분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