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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밴드’ 펄프 “손흥민 초대하고 싶었지만…”

‘브릿팝 전설’ 기타리스트 웨버 인터뷰8월 2일 펜타포트 헤드라이너 공연“오랜만에 모여도 ‘펄프다움’ 나와”

 
‘브릿팝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영국 밴드 펄프. 멤버 닉 뱅크스(드럼·왼쪽부터), 마크 웨버, 자비스 코커, 캔디다 도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제공]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기타의 단순한 리듬이 연주되며 음악은 시작한다. 그리스에서 온 부잣집 여대생이 세인트 마틴스 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그녀는 아빠가 부자라고 했어. ‘난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이랑 자고 싶어, 너처럼 말이야’.”

만남의 시작이 되는 여대생의 말. 남자의 ‘해결책’이 제시된다. “가게 위에 냄새나는 방을 하나 얻어봐. 머리를 자르고 직장을 구해. 학교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처럼 행동해 봐. 할 수 있겠어? 넌 못 할 거야. 벽에 바퀴벌레가 기어가면 당장 아빠한테 전화해 해결할 거니까.”

여기까지는 서론. 진짜 이야기는 간주 이후에 시작된다. 영국인의 냉소와 블랙 코미디식의 유머를 채운 브릿팝 전설이라 불리는 밴드 펄프의 ‘커먼 피플(Common People)’. 1995년 발표한 이 곡은 브릿팝 황금기 시절 라이벌 밴드의 곡들을 모두 제치고 영국인이 사랑하는 노래 1위에 오른 노래다.

“이 곡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워요. 카페나 라디오에서 우연히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우리가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하고 감탄하죠. 어떻게 그런 곡이 탄생했는지, 지금도 가끔은 믿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펄프의 기타리스트 마크 웨버는 ‘커먼 피플’에 대해 “(곡의 인기는) 놀라운 경험이었고, 펄프의 이름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며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꾼 노래”라고 말한다.

오아시스·블러·스웨이드와 함께 ‘브릿팝 4대 천왕’으로 불리는 펄프가 마침내 한국을 찾는다. 1978년 결성, 1983년 공식 데뷔했고 이후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었다.

웨버는 첫 내한을 앞두고 최근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이 첫 방문이라 어떤 무대를 마주하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먼 곳에서도 저희 음악을 들어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펄프는 8월 2일 ‘2025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둘째 날 무대에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다. 현재 펄프는 웨버를 포함해 보컬 자비스 코커, 키보디스트 캔디다 도일, 드러머 닉 뱅크스 등 4명이 활동 중이다. 웨버의 이력은 특히나 독특하다. 펄프의 팬클럽 회장을 맡아오다 1995년 정식 멤버로 합류, 브릿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한국에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웨버는 2004년 서울실험영화페스티벌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었긴 했다. 그는 한국의 상징이 된 K-팝에 대해 “새롭게 탐험해야 할 세계”라고 했지만, 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한국에 대한 친밀도는 두 개의 이름으로 요약된다. 바로 축구선수 손흥민과 아티스트 백남준이다.

웨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오랜 팬이다. 그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연결고리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애정”이라며 “이번 공연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공교롭게 다음 날 서울에서 친선 경기가 잡혀있어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그 경기도 보러 가고 싶다”며 “한국의 전설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라고 귀띔했다.

첫 한국 공연에서는 기존 히트곡은 물론 2001년 이후 24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모어’(More) 수록곡을 들려준다. 새 앨범에는 펄프의 변화와 삶에 대한 태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펄프는 2002년 공식 해체 선언 후 2011~2013년까지 재결합 투어로 팬들과 만났고, 2022년 재결성을 하며 긴 세월을 지나왔다. 2023년에는 베이시스트 스티브 매키가 세상을 떠났다.

웨버는 “지난 20년간 각자의 삶을 살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가족이 생긴 멤버도 있다”며 “우리도 성장했고, 팬들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 이번 앨범에는 그만큼의 성찰과 내면이 담겨있다”고 했다.

새 앨범을 내게 된 것은 2023년의 투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공연이 큰 반응을 얻으며 멤버들끼리 곡 작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게 됐다. 웨버는 “다시 곡을 쓰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그 과정이 정말 즐겁고 그리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이 앨범은) 의도적으로 다른 걸 하자고 했던 건 아니에요. 우리 넷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펄프다운 사운드가 흘러나와요.”

한때 멤버 모두에게 펄프는 ‘삶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긴 세월이 흐르며 저마다 다른 삶의 여정을 건너왔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음악을 향한 마음과 밴드의 정체성은 변치 않았다.

웨버는 “우리는 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며 “다시 뭉쳤을 때도 ‘과거처럼 해보자’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것이 결국 자연스러운 ‘펄프다움’”이라고 했다.

펄프의 음악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40여 년. 독창적 창의력을 가진 아웃사이더였고, 안온한 일상 대신 그 이면을 냉소적 유머로 풀어낸 펄프의 음악은 여전히 젊다.

“펄프는 늘 실험적이고, 때론 비주류적 감성을 존중해왔어요. 그런 시도가 우리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스며있고요. 저흰 의외로 다른 밴드들이 뭘 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우리끼리 소리를 만들어가면서 흘러가는 거죠. 그렇게 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예상치 못한 멋진 결과가 나와요. 사실 ‘우리가 펄프처럼 들리는 이유’조차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냥 그렇게 되는 거죠.”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