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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만드는 중이라…” 과정공유작 ‘문 속의 문’이 뭐길래

‘문 속의 문’ 과정공유작 개막
“공연 매번 달라질 수 있어”
1인극으로 김호영·백은혜 주연

과정공유작 ‘문 속의 문’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배우도, 연출가도 지금 이 공연이 어떻게 나아갈지, 달라질지 예측할 수 없다. 급기야 출연 배우인 김호영이 한 마디 던진다.

“저희가 공연을 총 네 번을 하는데, 네 번 다 보셔야 할 거예요. (관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다음 번 공연할 때 또 (결말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축제 ‘싱크넥스트25’를 통해 선보일 과정공유 연극 ‘문 속의 문’(7월 31~8울 2일까지)에 대한 이야기다. 연극은 새로운 카테고리 하나를 들고 나왔다. 창작의 과정을 무대에서 공유하며 관객의 피드백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공유작’이라는 것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준우 연출가는 “과정 공유는 작품 하나가 공연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관객이 공연의 탄생을 함께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정공유작’은 완성된 형태의 본공연을 올리기 전, 창작 과정을 공개하는 작품을 말한다. 보면대에 대본을 놓고 읽으며 연기하는 낭독공연과도 유사한 방식이나, ‘문 속의 문’은 조금 더 무대를 활용한다. 낭독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는 무대 장치로 벽체가 들어오고, 소품과 영상도 활용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 연출가는 “보통 극단에서 본공연을 위한 움직임이나 표현양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때 과정공유라는 용어를 쓴다”며 “이번엔 대본 점검 차원은 물론 단순히 읽는 것에서 벗어나 라이브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이 공연과 잘 맞는지, 관객에게 잘 전달이 되는지 확인하는 점검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우 연출 [세종문화회관 제공]

‘문 속의 문’은 SF(과학소설)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1906년 단편소설 ‘벽 속의 문’을 원작으로 한다. 젊고 유망한 정치인 웰러스의 갑작스러운 실종을 둘러싸고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 레드몬드가 웰러스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원작과의 차이라면 이야기의 시점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연극은 레드몬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레드몬드 역할은 성별의 구분을 지웠다. ‘극E의 아이콘’인 뮤지컬 배우 김호영과 연극 ‘세인트 조앤’에 출연한 백은혜가 서로 다른 레드몬드를 보여준다.

김호영은 “MBC ‘심야괴담회’ 이후 리딩 공연은 이번이 처음”리라며 “‘심야괴담회’가 방송 땐 재연 장면과 나오지만, 녹화할 땐 영상이 없어 프롬포트만 보고 읽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저는 연기, 노래, 춤 가운데 연기가 장기라고 생각하는데 예능에서의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무거운 작품에도 관심이 있고 창작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과정을 ‘공유’하는 작품이라는 점은 배우들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됐다. 백은혜는 “창작에 참여한다는 것이 이 작품에 함께하게 된 중요한 이유”라며 “시도해보지 않은 것도 해보고, 별로인 것 같으면 바꿔보기도 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사람인지라 피드백을 받는 것이 겁나기도 하지만, 본공연에서 어떤 것이 탄생할지 모두 궁금해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영은 “과정 공유작이다 보니 연출, 작가님과 밤이면 밤마다 통화하는 사이가 됐다”며 “농담 삼아 연습실에 관객들을 초대해 대본 하나 놓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직관하는 것이 어쩌면 진짜 과정공유일 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만큼 연습실에서의 과정조차 열의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정공유작 ‘문 속의 문’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 작품은 공연계 트리오가 총출동했다. 연출을 맡은 이준우 극단 배다 대표를 비롯해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을 함께 작업한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 등이 힘께 한다.

이 연출가는 “올초 강 작가가 시놉시스를 줬을 때만 해도 내가 연출할 줄 모르고 가감 없이 피드백했는데 봄에 연출 제안을 받았다”며 “1인극은 배우가 한 명뿐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가능성이 무한한 장르라고 생각해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속의 문’은 내년 정식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이 연출가는 “본공연이 어떤 형태가 될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전혀 다른 개성의 두 배우는 하나의 역할을 맡지만, 이들이 만들어갈 레이몬드도, 작품 속 문의 의미도 완전히 다르다.

백은혜는 “두 인물이 생각하는 ‘문’에 대한 의미가 다르다”며 “관객들에게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했다. 김호영은 “이 작품은 마치 영화 시나리오 같다”며 “공연을 만나는 사람마다 문의 의미를 달리 받아들일 것 같다. 나 역시 처음에 생각했던 문과 지금 생각하는 문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공연에 들어가면 또 달라질 수도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