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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손기정’ 연덕춘, 韓 국적·이름 찾았다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 선수
41년 日오픈 우승자, 한국이름 표기
日오픈 제패로 민족 자존심 세워
트로피 복원…독립기념관 기증 추진

대한민국 1호 프로골퍼 연덕춘이 1941년 일본오픈 우승컵을 들고 있는 모습 [KPGA 제공]

한국전쟁 당시 유실됐다가 새로 복원된 우승 트로피 [KPGA 제공]

‘골프계 손기정’으로 불린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 선수 연덕춘(1916∼2004)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일본 골프 역사에서 사라졌던 자신의 국적과 한국 이름을 되찾았다.

13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따르면 일본골프협회(JGA)는 한국인 첫 일본오픈 우승자 노부하라 도쿠하라(延原德春)의 국적과 이름을 ‘한국의 연덕춘’으로 수정했다.

KPGA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행사를 열고, “지난해 10월부터 대한골프협회(KGA)와 함께 JGA와 연덕춘의 국적 및 이름 수정에 대한 협의를 이어왔다”며 “4월 JGA로부터 국적과 이름을 공식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JGA는 4월 홈페이지에 “JGA는 KGA와 협의해 1941년 일본오픈 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노부하라 도쿠하루의 표기를 본명인 연덕춘으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게재했다.

실제로 JGA 홈페이지 역대 우승자 명단에는 1941년 대회 챔피언으로 연덕춘(延德春)의 이름이 정확한 영문 발음과 함께 명시됐다.

이와 함께 KPGA는 한국전쟁 당시 유실된 연덕춘의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도 복원했다. 김원섭 KPGA 회장은 “국적·이름 수정과 함께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트로피도 복원했다”며 “우승컵은 향후 독립기념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는 “한국 측 요청을 받고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수정을 결정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일본골프 명예의 전당에 연덕춘을 헌액 후보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연덕춘은 한국 골프의 선구자로, KPGA가 매년 가장 적은 평균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덕춘상’ 이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16세인 1932년 한국 최초의 골프장인 경성골프클럽에 갔다가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캐디 보조로 일하다 한 일본인이 준 아이언 하나로 밤새 연습하며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웠다.

1934년 일본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그는 이듬해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1935년 첫 출전한 일본오픈에서 컷오프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6년 뒤인 1941년 마침내 첫 우승의 꿈을 이룬다. 다만 챔피언 기록에는 그의 일본 국적의 일본 이름으로 새겨졌다.

그러나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5년 전 손기정(1912~2002)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과 함께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긍지를 널리 알렸다.

그는 1958년 42세 나이로 은퇴한 뒤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의 제자인 한장상은 연덕춘 이후 31년 만인 1972년 일본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또 1963년 프로골프회 결성을 주도해 프로골퍼 자격 규정과 골퍼가 지켜야할 의무 조항 등을 만들었다. 이후 1968년 후배들과 KPGA를 창립해 ‘1호 회원’ 및 2대 협회장을 지냈다. 조범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