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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기억 못한다고 준강간죄 성립 부정 안돼”…만취 20대女 강간한 30대에 징역형 집행유예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술에 취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던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2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전주1형사부(재판장 양진수)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행사대행업체 직원이던 20대 여성 B씨는 행사유통업체 대표 A씨(30대 남성) 등과 함께 회식에 참석했다. 회식 후 B씨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가 되자 A씨는 이를 이용해 B씨를 간음했다. B씨는 범행을 인지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 여부였다.

A씨는 “B씨가 범행 당시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에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며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해당하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인 전주지방법원은 B씨가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고, A씨는 이를 인식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판결했다.

이후 A씨는 항소장을 제출했으나 1심과는 달리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범행 전부를 인정하고 B씨와 합의를 원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B씨는 숙고 끝에 A씨와 합의했고 A씨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원명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음주 관련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보다 엄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판례”라며 “단순히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준강간죄 성립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법리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