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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우석스님 “문화로 현대인에 위안…공심(共心)의 공간 만들 것”

취임 100일 ‘새로운 변화, 미래로 100년’
매달 ‘문화재의 날’·겨울 축제 등 준비해
“불제자 형태 바뀌어…친불교적 대중 늘었으면”

화엄사 주지 우석스님이 2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화엄사]

[헤럴드경제(구례)=김현경 기자] “현대인들의 삶의 목표는 행복과 편안함인데 종교가 주지 못했기 때문에 종교 인구가 줄어든 면이 있습니다. 종교적 공간에 문화적 형태를 취해 행복과 위안감을 채워주고, 많은 분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지리산 대화엄사 23대 교구장 경천 우석스님은 2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새로운 변화, 미래로 100년’이란 주제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를 통해 화엄사를 지속 가능한 사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석스님은 화엄사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찰의 본래 목적인 전법과 포교 최적 공간을 유지하되, 사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매달 1회 ‘화엄사 문화재의 날’을 정해 문화재 기능 보유자의 작품을 전시하고, 전남 유형문화재인 보제루를 국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보제루의 경우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가급적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통 행사나 현대 미술품 전시에 활용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한 사찰 정원을 체계적으로 개발·관리해 힐링 공간으로 조성하고, 문화 공간 및 국민의 공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전임 교구장 덕문스님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찰 야간 탐방 프로그램 ‘화야몽(華夜夢)’도 우석스님이 이름을 지으며 시작됐다.

우석스님은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종교의 색깔을 30% 정도 하고, 70%를 문화의 색깔로 갖추면서 종교적 공간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하면 사람들이 편안함과 위안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데 종교적인 면만 강조하지 않고 친불교적으로 함께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화엄사 주지 우석스님이 20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화엄사]

지난해 신도 수가 급감한 것에 대해선 친불교적인 사람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도, 염불, 참선하는 사람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불제자의 삶의 형태가 좀 바뀌었다. 예전에는 기도, 염불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제는 절에 와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사람을 불제자라 해도 되지 않겠나”라며 “화엄사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고, 친불교적 사람이 많이 늘었다는 의미에선 신도가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리나 참선 같은 옛날 방식도 중요하지만 현대적인 템플스테이, 심리 치료 등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적 행사를 통해 불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화엄사를 비롯해 불교계는 최근 젊은 불교, 힙(Hip)한 불교를 꾀하며 변모하고 있다. 불교가 대중에게 더 알려질 수 있지만, 종교적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우석스님은 “불교는 16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전쟁 때는 스님들도 나가 싸우고, 신라시대에는 화랑들과 춤과 노래를 함께하기도 했다”며 “현재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씨앗을 심고 싹이 자라는 시기라고 본다. 대중과 함께 어려울 땐 어려운 대로, 힘들 땐 힘든 대로 유행에 맞춰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화엄사는 현재 ‘홍매화 축제’, ‘모기장 축제’, ‘화엄문화제’ 등 봄, 여름, 가을에 축제를 열고 있는데, 겨울에도 축제를 열려고 준비 중이다.

우석스님은 올해 말까지는 기존의 사업을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 나설 계획이다. 방사에서 진행하는 기존의 템플스테이와 달리 야외에서 진행하는 ‘아웃도어 템플스테이(가칭)’가 한 예다.

그는 “화엄사라는 곳이 전 국민에게 호응받는 사찰이 될 것이냐, 아니면 그냥 역사의 산물로 남을 것이냐가 고민의 시작점이다. 앞으로 100년, 200년 뒤에 존재하려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며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마음, ‘공심(共心)’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