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사들, 연말까지 감축 자구안 내놔야
목표치 위한 감축 할당 협의 쉽지 않을 듯
설비 수직 통합은 물류·복원비 부담 상당
인센티브 없이는 추진 동력 약하단 지적도
목표치 위한 감축 할당 협의 쉽지 않을 듯
설비 수직 통합은 물류·복원비 부담 상당
인센티브 없이는 추진 동력 약하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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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일곱번째)과 국내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고은결·한영대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와 맺은 공동 협약에 따라 생산능력(캐파) 감축 목표를 놓고 본격적인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기업들은 그간 주요 산업단지별 캐파 축소를 위한 ‘빅딜’을 논의해왔지만, 구체적인 감축 할당은 미정 상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와 주요 석화화학 기업 10곳이 체결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 협약’은 구조조정 큰 틀은 제시하되 실행 과정은 자율에 맡긴 형태다. 정부는 연말까지 각사로부터 자구안을 받아 최대 37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며, 한국화학산업협회가 중간 조율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번 목표치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시된 수치다.
문제는 감축 목표치는 제시됐지만, 개별 기업의 분담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산단·기업별 상황이 상이해 협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 370만톤이라는 공동 목표치는 컨설팅 결과로 도출된 것일 뿐, 각 사가 얼마씩 부담할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며 “결국 각자 자구안을 내고 협회를 통해 합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결국 어느 업체가 더 많이 줄일지를 놓고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유-석화’ 간 수직통합이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설비 합리화를 통해 NCC 생산능력 감축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현재 충남 대산 석화단지에서는 롯데케미칼과 NCC를 보유한 정유사 HD현대오일뱅크 간 설비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가장 큰 여수 석화단지의 경우 정유공장은 GS칼텍스 한 곳뿐이어서 LG화학·롯데케미칼 등과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수에 있는 여천NCC 3공장은 현재 중단됐지만 폐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산단에서도 SK이노베이션과 대한유화가 NCC 설비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이해득실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실적 제약도 만만치 않다. 한 석화사 관계자는 “정유·석화 수직통합은 물류, 운반 등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NCC를 아예 폐쇄하려면 해체와 환경 복원 비용이 막대해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차라리 최소한의 비용만 들여 임시 가동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직 통합의 경우 정유사 입장에선 마냥 반갑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유사가 석화사에 판매하던 납사를 내부로 돌리는 식이 된다면 수익 구조가 바뀌어 정유사 입장에선 이득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한 인센티브 없이는 추진 동력이 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는 이번 구조조정 국면을 계기로 저부가 범용제품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 수요가 글로벌 차원에서 완전히 줄어들지 않는 만큼, 단순한 설비 감축만으로는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첨단소재·친환경 제품 전환, 배터리 소재·바이오플라스틱 등 신성장 영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R&D 장비 투자 세액공제 확대, 국가전략기술 설비 관세 감면, 환경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요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