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李대통령 “동결·축소·비핵화 3단계…美 공조·北 대화” [이런정치]

방일 앞두고 日요미우리와 인터뷰
취임 첫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공개
과거사 놓고 “국가 간 약속” 확인
“‘북극항로’ 협력 길 만들 수 있어”
“한일·한미일 협력 중요성 커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 언론과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전략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한일·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21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 대화를 통해 핵을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을 앞두고 현지 언론과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 셔틀외교 재개 등 관계 개선, 일본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 일본과의 새로운 공동선언 구상 등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위협이 되지 않으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북, 미·북 대화도 필요하다면서 “어느 나라가 먼저가 될지는 모르지만 북한과의 협력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직후 대북 유화책으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을 열고 대화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적대감과 의심을 완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북한의 거부 메시가 나오는 등 상황에 관해선 “현 시점에서 극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북극항로’를 동북아 평화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중심으로 미국, 러시아, 북한, 한국, 일본이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일본 매우 중요한 존재…과거사 ‘해원’ 해야”

이 대통령은 또한 대일 외교 기조와 관련해 “(일본은) 매우 중요한 존재”라며 “한국도 일본에 유익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쌍방이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왕래하는 ‘셔틀외교’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대전환되기를 바란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고, 이를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23일 이시바 총리와 만나 경제·안보·인적 교류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 것은 2023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를 재확인하고, 이후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또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두고 “그 선언을 계승하면서,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했던 한일 합의,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과 합의했던 ‘제3자 변제 제도’를 두고 ‘양국 간 합의’란 점과 정책 일관성을 이유로 유지 방침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 정권의 합의이지만, 국가 간의 약속인 만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과거 합의의 외교적 의미를 비롯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라는 기본 정신을 함께 존중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원’, 원한을 푸는 과정으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6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한미·한일·한미일 협력 강력한 토대 돼야”

또한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 한미일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하고 일본에도 미일 동맹이 (외교 정책의) 기본 축”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한미·한일·한미일 협력이 강력한 토대가 돼야 한다”며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관계”라고 말했다.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 협력 강화 필요성도 꺼냈다. 이 대통령은 “한일은 지금까지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동아시아를 포함한 태평양 연안국들의 경제협력기구를 확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도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향후 대중 관계 방향과 관련해 “중국은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가까운 존재”라며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경쟁, 협력, 대결과 대립적인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은 든든한 토대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