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4개월 차에 스스로 삶 마감
상사, 둔기 사용해 폭행·폭언 반복
징역 1년 6개월 실형에 민사 배상
상사, 둔기 사용해 폭행·폭언 반복
징역 1년 6개월 실형에 민사 배상
별다른 이유 없이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안전화의 성능을 테스트하겠다며 둔기로 발등을 찍었다. 수시로 폭언을 퍼부었고, 사소한 실수를 트집 잡아 과도하게 질책하는 일이 반복됐다.
경기 과천소방서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다. 임용 4개월 차 새내기 소방관은 결국 스스로 숨을 거뒀다.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형사 사건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이 선고됐고, 민사 사건에서는 유족에게 약 2억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사건은 2022년 1월께 피해자 A(당시 25세) 씨가 과천소방서에 소방사로 임용된 뒤 발생했다. 피해자와 같은 팀에 속한 소방위 B(53) 씨는 교육을 빙자해 피해자를 괴롭렸다. 결국 A씨는 임용 4개월 차인 2022년 4월 27일,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족은 장례 과정에서 외동 아들인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과천소방서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B씨는 누명을 쓴 것이라며 변명했으나 진상 조사 결과 사실이 드러났다. 과천소방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B씨는 사건 이후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B씨를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B씨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했지만 1심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택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4단독 박형민 판사는 2023년 4월께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육을 빙자해 모멸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심한 폭언과 폭행을 지속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를 피해망상으로 몰아가는 등 죽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나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이 사건의 민사소송 결과가 나왔다. 유족이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상액은 약 2억2000만원이었다.
민사소송 1심을 맡은 안양지원 민사4단독 정윤택 판사는 지난 5월 “B씨가 피해자의 부모에게 총 2억1899만2522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피해자에게 신체·정신적으로 고통을 가한 결과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B씨는 불법행위(직장 내 괴롭힘)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배상의 범위엔 ‘일실수입(A씨가 정년까지 일했다면 벌 수 있었던 수입)’과 위자료가 포함됐다. 배상액으로 1억원이 결정된 건, 일실수입 10억원에서 유족이 받는 순직유족 보상금·연금 4억5000여 만원 상당이 ‘공제(중복을 제외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죽음에 대한 B씨의 책임이 40%로 제한됐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총 4000만원이 인정됐다. 결국 배상액은 A씨의 일실수입에서 유족 연금을 뺀 뒤 위자료를 합한 금액이 됐다. 총 2억1899만2522원이었다. 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