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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칼럼]이재명 리더십, ‘끼워팔기’인가 ‘운동장 넓게쓰기’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에서 감사 인사를 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특별사면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시켰다.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떨어져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누가 봐도 찬반 논란과 지지율 하락이 뻔했으므로 이 대통령이 이를 감수하기로 결정하고 조기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사면·복권 명단엔 최강욱·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 범 여권 인사뿐 아니라,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보수 야권 정치인이나 보수 정부 전직 관료도 포함됐다. 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최지성·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차장 등 경제인 16명과 노조활동과 집회에서 불법행위로 처벌받은 노조원·노점상·농민 184명도 사면·복권됐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 후 사실상 첫 여론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광복절 특사는 역설적이게도 통합·실용을 내세운 이 대통령의 리더십 혹은 국정 운영 전략을 압축해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25일까지 임기 첫 3개월 남짓의 행보를 돌아보면 ‘이재명 리더십’의 양상은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논란이 되는 인사나 사안은 조기에 철회나 강행을 결정하는 속도전이다. 둘째, 진보-보수, 노동-경영계 인사의 ‘섞어 쓰기’와 ‘일괄 발표’다. 셋째, 갈등이 되는 정책을 두고선 수혜자에겐 양보를 요구하고 피해자에겐 보상안을 아울러 제시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넷째, 국정 운영의 큰 방향성을 담은 거시적 정책 담론을 생활의 미시적인 변화와 함께 내놓는 ‘효능감 극대화’ 전략이다.

양날의 칼이고,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전략의 전제는 무엇보다 이 대통령 본인의 강한 국정 주도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갈등 조정 권한과 능력이다. 이는 국정운영에 있어서 이 대통령 ‘개인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대통령실 권력의 비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거대여당으로 기울어진 의회권력이 자칫 대통령실과 정부의 ‘거수기’나 ‘들러리’로 전락하고, 여야 협치와 정당정치가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 효능감과 효율성을 우선으로 하는 대국민 직접 소통전략도 의회와 정당정치의 ‘패싱’과 맞물리면 정책과 재정의 ‘포퓰리즘’을 심화시킬 수 있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계엄 및 내란사태’로 인한 반사효과가 사라지고, 임기 초반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 대통령에 대한 여론지지도의 내림세가 계속되면, 통합과 실용을 추구한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즉 이재명 정부가 좌우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경제 성장과 노동권 강화 동시 추구 노선은 규제와 갈등만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이것이 ‘이재명 리더십’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논란 사안의 ‘속전속결’과 좌우·노사의 ‘섞어쓰기’

조국 전 대표는 불공정과 진보 진영의 도덕성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정치인이자 젊은 세대를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으로부터 이탈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취임 불과 두 달여만에 석방·복권 조치했다. 조국혁신당이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한 데 따른 ‘보은’이라는 비판이 당장 야권에서 나왔다. 피선거권이 회복된 조 전 대표가 즉각 범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을 받고, 조국혁신당이 내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경쟁하거나 연대·합당할 것이라는 설왕설래도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다음 선거 국면이 가까울수록 ‘조 전 대표 사면 부담’을 안고 가는 것보다는 ‘털고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범여권에서 한 두명에 쏠리기 보다는 여럿의 차기 대권 주자군이 경쟁하는 것,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인 노선의 유력 정치인의 존재가 이 대통령으로선 나쁘지 않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조 전 대표 조기 사면의 뒷배경은 이 대통령의 자신감일터다.

논란에 지체없이 대응을 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문제 인사의 처리에서도 뚜렷하다. 이재명 정부 첫 고위 공직자 낙마 사례는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인데 차명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 등으로 임명 닷새만에 물러났다. 이진숙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조기 유학 논란,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인해 지명이 21일만에 철회됐다.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과거 저서에서 비상계엄을 옹호한 전력이 언론 보도된 후 이틀만에 사임했다.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 논란 끝에 지명 30일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 대통령은 이춘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주식 차명 거래와 내부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진 이틀만인 지난 6일 휴가지에서 ‘엄정 수사’와 ‘국정기획위원 해촉’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논란 인사를 처리했던 시간은 짧게는 이틀, 길게는 한달이었다.

광복절 사면 명단에는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에 휴대폰 메시지로 청탁을 해 논란이 됐던 야권 정치인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비리·부패를 저질렀던 경제인과 불법 투쟁 이력의 노동계 인사도 섞였다.

좌우를 아우르고 노동-경영계 인사를 혼용하는 정책은 내각 구성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이재명 정부 첫 내각 인선에서 가장 파격적인 발탁 중 하나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다. 민주노총은 역대 보수정부의 노동정책과는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해왔던 터라 예전같으면 김 장관 발탁이 진영간 이념 논쟁으로 번질만 했다. 하지만 김 장관과 함께 등용된 또 다른 인사들의 면면이 김 장관의 발탁의 파격성을 상쇄시켰다. 그 중에서도 큰 화제가 됐던 인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이었다. 기업인들을 대거 내각·참모로 발탁한 것은 김 장관 기용보다 오히려 더 시선을 끌었다. 첫 내각에서 기업인 출신 인사로는 배경훈(과학기술정보통신부·LG전자), 김정관(산업통상자원부·두산에너빌리티), 한성숙(중소벤처기업부·네이버), 최휘영(문화체육관광부·네이버) 장관 등이다.

‘양보와 보상’을 통한 갈등 조정과 생활밀착형 효능감의 극대화 추구 전략

어느 정책이든 혜택을 받는 쪽이 있고, 기득권을 잃는 편이 있기 마련이다. 이 대통령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 때 이 대통령이 조정과 해결의 방법으로 내놓는 것은 대개 ‘양보와 보상’을 주로 하는 ‘패키징’(한데 묶기)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당근과 채찍’ 전략이고,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균형의 달성’이다.

기업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TV로 중계한 국무회의에서 산업 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반복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한다”거나 “징벌적 배상을 검토해볼 만하다” “회생 불가할 정도의 엄벌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선 재계의 숙원인 배임죄 및 경제 형벌 완화 의지를 적극 밝혔다. 또 “우리 국민주권 정부는 실용적인 시장주의 정부”라며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규제 해소·폐지 및 합리화도 약속했다. 당정이 상법 후속 개정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며 경영계에서 우려와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친기업 정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역 갈등에도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라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접근법을 대선 전부터 거듭 밝혔다. 광주 군공항의 이전은 광주시와 이전 대상지인 무안군, 전남도가 함께 이해 당사자로 얽혀 있는 문제다. 무안군은 소음 등 군민들의 피해 우려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 무안군은 광주시가 추진하는 기부대양여 방식과 1조원 추가 지원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6월 25일 광주를 방문해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무안군이 직접 군공항 개발 사업에 참여해 직접 금고관리를 맡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고 구체적인 소음 피해 정도와 규모를 묻기도 했으며 실제 전투기를 띄워 조사하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관계자들에 소음 피해를 구체적으로 몇 번이나 되묻기도 했는데, 현안을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는 거시적인 정책 얼개와 함께 실제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미시적 요인들과 묶어서 해결을 도모하는 이 대통령 특유의 접근법을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7월 21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을 찾은 자리에서도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특별교부세 지급 등의 대책 추진을 약속하면서 특별히 신발과 속옷 등 현장에서 청취한 주민들의 요구를 속히 해결하라는 당부도 겸했다. 장마철을 앞둔 수해 대비 현장 점검이나 폭우 피해 대처 국무회의에서는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같은 추상적인 당부와 함께 우수관이나 빗물받이 점검 같은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안전관리 직원의 상벌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근무 수당 액수를 숫자를 들어 거론했다. 크게는 민생소비쿠폰 지급이나 지원금별 선불카드색깔 구별 개선 지시 등도 생활밀착 ‘효능감’을 강조한 정책들이라 할 것이다.

‘이재명 리더십’의 SWOT와 리스크

이재명 리더십’의 강점(S)은 대통령의 ‘개인기’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가장 큰 자산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행정 경험이다. 갈등의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논리와 언변도 진영을 막론하고 호평을 얻은 지도자로서의 덕목이다. 민주당 대표를 2차례 지내면서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당과 대통령실에 막강한 장악력을 가진 것도 국정 동력의 기반이다. 약점(W)은 대선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2030세대 남성층과 6070 고령층, 영남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비호감과 정치적 거부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마땅한 대안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노동권 강화와 증시 부양, 기업 지원 및 규제 혁신을 통한 성장 등 장·단기, 분야별 정책 목표의 상호 모순이나 충돌 가능성도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노선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표방한 ‘균형 노선’도 무의미한 외교 수사가 되거나 도리어 양쪽으로부터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기회(O) 요인은 ‘계엄 및 내란 사태 심판’이라는 국민적 요구의 지속과 보수 야당의 혁신 지체와 분열, 거대 여당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위협(T) 요인은 국내로는 양극화된 정치 지형과 젠더·세대 갈등을 들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통상·외교·안보 정책에서 비롯되는 글로벌 불확실성이다. 막대한 재정적자 상황도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내 맞딱드려야 할 도전 과제다.

문제는 이재명 리더십의 성패의 가장 큰 관건은 객관적 환경의 위협 요인에 있다는 사실이다. 진영, 젠더, 세대간 갈등이 고조되며,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해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줄서기’를 강요받게 되고, 경제와 민생·안보를 스스로 지켜낼 재정까지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강점과 기회 요인조차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국정 운영 동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역기능’에 빠질 것이다. 대통령 개인기와 당정 장악력, 강성 지지층과 즉각적인 효능감, 보수 진영의 와해에 얽매인 정치가 오히려 반(反)통합과 반실용, 즉 분열과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운동장 넓게 쓰기’가 ‘균형’이라는 이름의 ‘끼워팔기’가 되지 않고, ‘국민과 국가의 실익’을 추구하는 것이 ‘반짝 효과’의 진통제나 착시를 유발하는 환각제가 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의회정치, 여야 협치의 복원과 일관되고 합리적인 정책 노선의 추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