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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 [연합] |
AI 활용해 고수익 보장
실제로는 투자 없는 폰지 사기
피해회복 해준다며 또 접근
1심 징역 14년→2심 징역 12년
실제로는 투자 없는 폰지 사기
피해회복 해준다며 또 접근
1심 징역 14년→2심 징역 12년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트레이딩봇 프로그램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집한 폰지사기 일당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됐다. 사기 일당의 가족이 투자한 금액은 범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I트레이딩 내세워 사기…‘피해 회복’ 해준다며 또 사기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 이승한)는 최근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팝콘소프트라는 회사에서 각각 대표, 회장으로 불리던 인물들이다. A씨와 B씨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AI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사업을 제안한 C씨는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팝콘소프트’를 세웠다. ‘AI 트레이딩봇 프로그램을 통한 국내외 선물거래 투자 사업’을 내세워 이듬해 7월까지 약 1170억원에 달하는 금원을 모집했다. 한달에 15% 수익률을 보장하고 수익률이 600%가 될 때까지 매일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지에 지사를 마련하고 이사, 본부장, 팀장 등 모집책을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수사 결과 팝콘소프트는 AI 트레이딩봇을 활용해 투자를 한 적이 없었다. 투자금 이외 다른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도 없었다. 후순위 투자자가 입금한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다. C씨가 들여온 프로그램 또한 AI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미리 설계한 매수 또는 매도 조건에 따라 자동매매할 수 있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일 뿐, 스스로 학습해서 투자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A씨와 B씨는 2023년 7월 팝콘소프트 투자로 손실을 본 피해자들에게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며 접근해 2차 사기를 저질렀다. 피해금의 1%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다른 AI 트레이딩봇으로 피해를 회복시켜주겠다고 속였다. 내세운 수익률은 월 10%, 하루 0.3%였다. A씨와 B씨는 이렇게 30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받았다.
1심 징역 14년→징역 12년 감형, 왜?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징역 14년, C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횟수와 피해규모가 천문학적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받았고 일부 피해자들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도 했다”며 “피고인들은 범행 발각 이후 피해회복 조치를 하지도 않았고 편취금의 행방이나 피해 회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1심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히 A씨와 B씨는 팝콘소프트의 사업이 다단계 사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투자자들의 직급을 지정하고 관리했다. 투자자 모집을 위한 설명회도 했다”며 “범행 시작 당시부터 AI 프로그램으로 목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 암묵적으로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반도체 회사, 기술본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다. AI나 투자 프로그램에 관한 지식도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자인 피고인은 단순한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도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 감형해줬다. A씨의 아들, 딸 등 가족 명의로 투자된 금액을 유사수신 금액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가족 명의로 입금된 것은 피고인 A가 가족들 명의로 투자한 것으로 유사수신행위 상대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사수신행위의 자금조달 상대방인 불특정 다수인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다수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 A와 B는 유사수신 범행을 주도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C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가 있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