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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메디치’ SK, 선경도서관 25억 기부...‘人才報國’ 잇는다

‘개관 30년’ 선경도서관, 내년 리모델링
최종건·종현 형제가 일군 ‘지식의 샘’
250억 들여 건립 후 수원시 기증
“첫째·둘째·셋째도 인간”
SK 인재 양성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선경도서관 앞에 위치한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 동상. [SK 제공]

[헤럴드경제(수원)=한영대 기자] 27일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에 있는 연면적 8312㎡(약 2513평) 규모의 선경도서관. 언뜻 평범해 보이는 3층 높이의 도서관 입구 근처에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동상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을 본 떠 만든 것이었다. 동상 앞에 위치한 현판에는 “기업의 자산은 곧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고 인재 양성과 교육 환경 조성에 앞장섰던 최종건 선대회장은 수원이 낳은 자랑스런 기업인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선경도서관 건립의 계기를 제공한 인물이다. 최종건 창업회장 작고 이후 1973년 회사를 이어받은 동생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형의 애향 뜻을 기려 도서관을 건립한 것이다. 1926년 수원에서 태어난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3년 수원에서 사업을 일으킬 정도로 고향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

선경도서관 앞에 위치한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 동상. [SK 제공]

강남 빌딩 살 수 있는 돈으로 도서관 건립

27일 수원시 선경도서관 로비에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돼 있다. 한영대 기자

이날 이른 오전에도 선경도서관을 찾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52만개가 넘는 책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경도서관은 이날 개관 30주년을 맞아 로비에 SK 역사를 소개하는 책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전시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도서관 건립을 결심한 배경에는 ‘인재보국’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을 넘어 지역 사회와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고, 도서관이 인재 양성의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생전에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최종건 창업회장도 창업 당시 한글을 모르는 직원들을 직접 가르칠 정도로 인재 육성에 관심을 보였다.

1990년대 초반 수원시에는 있는 도서관은 2곳에 불과했다. 중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서울로 가야만 했던 당시 수원 시민들에게 선경도서관 건립은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왔다.

선경도서관 내부 전경. [SK 제공]

최종현 선대회장은 지역 사회 기대에 부응하고자 도서관 건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93년 착공 이후 도서관 건설에 투자한 자금만 250억원이다. 당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중대형 빌딩을 사거나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시와이즈 자이언트를 인수할 수 있는 거금이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만큼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들었던 음향 영상 자료실을 마련했다. 책 대여와 반납은 수기가 아닌 터치스크린과 바코드 등을 통해 이뤄졌다.

SK는 도서 4만9598권, 비도서 2529점 등 총 5만2127권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도서 구입비만 약 8억원으로 타 도서관의 4배 정도였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개관 이후 이른 새벽에 점퍼 차림으로 방문할 정도로 선경도서관에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건설한 도서관을 수원시에 기증했다. 당시로선 보기 드문 기부채납 공공도서관이 탄생한 것이다. SK의 공을 인정한 수원시는 선경도서관 이름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병수 수원시 도서관 사업소장은 “국내 공공도서관 중에서 기업 명칭이 들어간 건 선경도서관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선경도서관 로비에 마련된 선경그룹(현 SK그룹) 기증표지. [SK 제공]

SK, 선경도서관 발전 위해 25억원 기부

이명옥 선경도서관 관장이 27일 수원시 선경도서관 강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 제공]

SK의 인재보국 이념에 의해 탄생한 선경도서관은 수원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관 이후 선경도서관에 방문한 관람객만 2100만명에 달한다. 한국도서관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업적도 세웠다.

SK의 투자는 끝나지 않았다. 선경도서관이 현대적인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돕고자 25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선경도서관은 기부금을 활용해 일부 노후화된 시설을 개보수할 계획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명옥 선경도서관 관장은 “올 연말에 도서관 리모델링 설계를 시작, 승인과 같은 과정을 거친 후 이르면 내년 6월부터 리모델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통해 글로벌 인재 육성

수원시 SK고택 전경. [SK 제공]

선경도서관에서 자동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SK 고택에서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보국 이념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돼 있었다. 올해 개관 1주년을 맞이하는 SK 고택은 과거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이 추억을 쌓았던 한옥집을 그대로 구현했다. SK 고택에는 ‘ㄱ자 형태’의 한옥과 별채로 구성돼 있다.

별채에 마련된 전시관에 상영된 영상에는 그동안 SK가 진행했던 인재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이 16세기 당시 이탈리아 천재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르네상스가 태동했던 것처럼, SK는 오랜 기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재를 육성했다.

1974년 설립된 민간 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대표적이다. 당시 석유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장학 사업에 대한 사내 반대가 거셌지만 최종현 창업회장은 사재를 털어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세계 유명 대학의 학자 861명을 배출했고, 4000명 이상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버지인 최종현 창업회장의 뜻을 잇고자 2018년 최종현학술원을 창립했다. SK㈜ 주식 20만주(당시 520억원)를 출연했고, 스스로 학술원 이사장을 맡았다. 또 국가 인재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대(代)를 이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