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중단편 ‘양면의 조개껍데기’
비인간적 존재의 인간적 고뇌 그려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설적 질문 던져
비인간적 존재의 인간적 고뇌 그려
‘인간이란 무엇인가’ 역설적 질문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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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2025 세계 로봇 컨퍼런스(WRC)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신화]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태어날 때부터 두 개의 자아를 갖고 태어난 샐리는 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류경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 타(他)자아가 자꾸 영역을 침범해 오기 때문이다. 경아는 편의상 샐리의 자아에겐 라임, 타자아에겐 레몬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라임은 레몬이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느껴질 때마다 멀미가 나듯 울렁거린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심상치 않다. 자신이 인간이 아닌 다른 종(種)이라고 믿는 ‘아더킨’과 인간이 되고 싶었다 다시 기계로 돌아가려는 안드로이드, 내면에 두 개 이상의 자아를 지닌 ‘셀븐인’까지. 요즘 국내에서 주목받는 SF(과학 소설) 작가인 김초엽이 그려낸 세계의 등장인물들이다. 김초엽은 최근 그의 세 번째 째 중단편 소설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펴내며 더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서사를 풀어냈다. 그간 앤솔러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과 소통해 왔지만, 소설집을 따로 펴낸 것은 2021년 ‘방금 떠나온 세계’ 이후 4년 만이다.
김 작가는 앞서 발표한 작품에서도 장애인, 트랜스휴먼, 비인간 등 소위 ‘정상’에서 벗어난 이들이 겪는 사회적 소외에 배제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상상력의 범주를 더 확장해 ‘인간’이라는 형태 자체를 파괴한다. 우리가 가진 감각이나 몸, 인지 등과 같은 것이 우리의 한계를 규정하기에 인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선 성별의 구분은 물론, 종의 구분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도 무의미하다.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비인간적 존재’들은 역설적으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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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
예컨대 표제작인 ‘양면의 조개껍데기’에선 남녀 자아 2개를 가진 ‘셀븐인’ 샐리가 등장한다. 평소에도 늘 투닥투닥했던 두 자아는 인간인 경아를 만난 이후로 서로를 질투한다. 결국 두 자아 사이에 전환이 이뤄지지 않도록 시술을 받으려고 했지만, 어떤 사고로 남성 자아인 레몬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혼란에 빠진다. 샐리는 셀븐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지만, 그가 하는 고민은 너무나 인간적이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판단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한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선 인간화에 성공한 ‘안드로이드’ 수브다니가 다시 기계가 되고 싶은 마음에 피부를 모두 금속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유는 사랑했던 사람인 남상아와 같이 작업했던 예술작품처럼 해변에 앉아 서서히 녹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되고 싶은 안드로이드는 여러 작품에서 봐왔지만, 최첨단 기술로 인간화에 성공한 안드로이드가 기계성을 되찾으려고 한다는 내용은 다소 허망하다. 지금까지 AI(인공지능)로 대변되는 기계성의 확장에 대비해 소중히 지키려고 했던 ‘인간성’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고요와 소란’, ‘달고 미지근한 슬픔’, ‘비구름을 따라서’ 등은 인간의 존재와 그 기반의 우주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의 흔적이 담긴 ‘연작’이다. 믿고 싶지 않은 방식으로 현존하는 신, 서버로 이주한 인류, 평행 세계 등을 다루며 인간이 할 수 있는 해석의 한계에 대한 문제 등을 탐구한다.
양면의 조개껍데기/김초엽 지음/래빗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