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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처럼 굴지마” 트럼프 행정부 ‘외교 참사’…동맹국 심기 건드린다

트럼프 외교 특사 국제무대서 잇단 결례
전문성 아닌 ‘선거 공신’ 대거 외교 최전선 배치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외교 특사들이 국제 무대에서 연이은 결례로 동맹국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동맹국과의 불필요한 긴장만 키우고 있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세 건의 사건이 동맹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덴마크 공영방송 DR는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연줄이 있는 미국인 3명이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퍼트릴 목적으로 이른바 ‘영향력 공작’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이어 2기 들어서도 희토류 등 천연자원 확보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태다.

덴마크 정부는 관련 보도가 나온 당일 미국 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 정부는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고만 언급할 뿐,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AP는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 내 한 관계자가 “덴마크인들은 진정해야 한다”며 덴마크의 정당한 외교적 항의를 과민 반응으로 치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대계 사돈인 찰스 쿠슈너 주프랑스 미국 대사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프랑스 정부의 반유대주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프랑스 외무부는 “쿠슈너 대사의 주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그를 초치했다.

초치는 외교 당국이 특정 국가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전달하기 위한 조치로, 해당국 대사가 직접 나가는 것이 관례이나 쿠슈너 대사는 부대사를 대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프랑스 내에선 쿠슈너 대사가 고의로 부대사를 보내 프랑스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국무부는 쿠슈너 대사에 대해서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우리는 쿠슈너 대사의 의견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 대사가 레바논 기자회견에서 현지 취재진을 향해 “짐승처럼 굴지 말라”고 말했다가 이후 공식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AP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표면적으로는 서로 배경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과 ‘미국 우선주의’ 외교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외교 분야에 경험이 전무한 인사들을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주요 대사직에 임명해왔다. 기존 외교 규범보다는 대통령의 스타일을 따르는 데 더 익숙한 이들이 대거 외교 최전선에 배치되면서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시작된 ‘외교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식의 외교적 결례와 불화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가장 큰 외교적 자산인 동맹국들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르웨이 싱크탱크 프리드쇼프 난센 연구소의 이베르 B. 노이만 소장은 “미국·중국 경쟁 구도에서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은 많은 동맹국인데, 현재 미국의 정책은 의도적으로 동맹국들을 소외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동맹국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