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교섭 확대, M&A 불확실성↑
해외투자자 ‘노동 변수’ 협상 반영
해외투자자 ‘노동 변수’ 협상 반영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으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미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가동을 앞둔 조선업, 구조조정기에 접어든 석유화학·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법무법인에는 협력사 파업 대응, 자회사 매각 관련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대처 방안에 대한 기업 자문 요청이 급증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쟁의행위 범위를 임금·근로조건 중심에서 구조조정·정리해고 등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시켰다. 협력사 직원들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는 상태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노동조합은 최근 합병 발표에 반발하며 “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일방적 전환 배치가 있을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공동투쟁에 돌입했다.
이러한 노조 움직임에 대해 기업 대응 온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 해석에 따라 기업 경영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무법인 세종은 온라인 발간한 ‘노란봉투법 50문 50답’에서 “노조가 M&A에 반대하는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진행할 수 있고,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통한 직원 고용을 이어온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계사가 매각 대상에 오르거나 모회사의 특정 사업부 매각 추진이 알려질 경우, 이를 빌미로 노조가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이번 개정으로 ‘노조 리스크’가 단순히 인건비나 위로금 문제를 넘어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M&A 협상 단계에서 노조가 쟁의행위를 예고할 경우 실사 과정이 지연되거나, 인수자가 조건부 가격인하 시도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도 달라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한국의 제조업 딜에 적극적이었던 해외 사모펀드(PEF)들은 노동법·노조 관련 사항을 주요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 PEF 관계자는 “향후 인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 시장 특유의 노동 변수를 무시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에도 경영권 매각 시 노조가 파업을 통해 위로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자회사와 협력사 직원까지 보호 범위가 넓어지면서 인수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조 위로금을 인수자가 떠안는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범위가 확대돼 협상 변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M&A 시장에서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구조조정과 매각이 불가피한 업종일수록 잠재적 인수자들이 ‘노조 리스크’를 가격 협상이나 거래 조건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노아름 기자
